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인들을 가리켜 '변화를 거부하는 민족'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30일(현지 시각)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덴마크를 방문한 마크롱은 마르그레테 2세 덴마크 여왕을 만난 자리에서 "루터교도들은 새로운 생각에 열려 있는 반면, 골족(Gauls)은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루터교도'는 덴마크인을, '골족'은 프랑스인을 가리킨다. 마크롱의 이 발언은 고용 유연성을 위한 개혁이 덴마크에서는 순조롭게 정착됐지만 프랑스에서는 반대 여론이 강한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프랑스 언론은 보도했다.

'갈리아인'이라고도 불리는 골족(Gauls)은 기원전 5세기부터 약 1000년간 현재의 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독일 서부에 살던 켈트족의 한 갈래를 말한다. 대체로 현재의 프랑스를 포함해 그보다 좀 더 넓은 지역에 살던 사람들을 말한다. 단일 국가를 형성한 적은 없으며, 로마제국에 의해 정복됐다. 프랑스인들은 스스로를 골족(갈리아인)의 후예로 여긴다. 프랑스의 국가 상징도 '갈리아의 수탉'이다. 라틴어 'gallus'가 닭과 갈리아족을 동시에 의미한다. 프랑스에서 가장 대중적인 만화인 '아스테릭스'도 로마제국에 맞서 싸우는 골족의 모험담이다.

마크롱이 "골족이 변화를 거부한다"고 한 것은 골족이 원래 변화를 싫어하는 특성이 있다는 뜻이 아니라 프랑스인들이 자신의 개혁에 반대한다는 것을 돌려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크롱의 발언이 알려지자 프랑스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거센 비판이 나왔다.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는 "대통령이 프랑스를 경멸한다는 것"이라고 했고, 로랑 보키에 공화당 대표도 "대통령이 프랑스인을 그런 식으로 비판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자 마크롱은 "농담이었을 뿐"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그는 "프랑스가 골족으로부터 시작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나는 프랑스인을 사랑한다"며 "프랑스인은 자신을 희화화하는 지성과 유머가 있지 않으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