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국제도시 H아파트 단지에서 50대 여성이 불법 주차 경고 스티커를 붙인 것에 불만을 품고 지하주차장 진입로를 자신의 캠리 승용차로 막은 ‘송도 캠리’ 사건이 나흘 만에 차주(車主)가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차주 A(50)씨는 이날 오후 8시 40분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B씨를 통해 대신 발표한 서면 사과문을 통해 "(아파트 단지에 주차하기 위한) 홀로그램 스티커 미부착으로 불법주차 스티커가 부착된 충분한 사유를 인정한다. 공동생활을 함에 있어 지켜야 하는 규칙을 위반했다는 것이 저의 큰 잘못"이라면서 "지하 주차장을 막아서 입주자들의 분노를 산 것, 그리고 그 분노를 무시한 것, 죄송하다. 통행 불편도 사과 드린다"라고 했다.

30일 오후 8시 30분쯤 A씨의 자택에서 A씨(사진 오른쪽)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B씨(사진 왼쪽)에게 자필로 작성한 사과문을 건내고 있다.

B씨가 입주자대표회의 위원, 아파트 관리소장 등과 함께 캠리 차량 앞에서 A씨의 사과문 낭독을 시작하자 약 100명쯤 되는 입주민들이 몰려들었다. A씨의 사과문 대독(代讀)이 끝나자 입주민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이날 B씨는 오후 2시쯤 A씨와 만나 오후 7시까지 아파트 경비원과 입주민에게 사과하라고 설득했다.

B씨는 A씨의 사과문을 들으러 몰려든 입주민들에게 "이번 일은 A씨가 주차 규정을 오해해, 홀로그램 스티커를 붙여야 하는 것을 몰라서 벌어진 단순한 해프닝이다. A씨를 오랫동안 설득한 끝에 자신이 오해한 것을 인식하고 입주민들에게 거듭 사과했다"고 했다. A씨가 불법주차 스티커를 차량 유리에 본드로 붙였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본드로 붙이지 않았다. 일반적인 주차 단속 스티커다"라고 했다.

30일 밤 8시 40분쯤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H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B씨가 A씨의 캠리 승용차 옆에 서서 A씨의 사과문을 대독하고 있다.

B씨의 설명을 듣고 있던 한 주민은 "왜 차주 본인이 직접 나와 사과하지 않느냐"며 항의했다. B씨는 "A씨 상태가 정말 좋지 않다.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마녀사냥을 보고 많이 불안해하고 있어 피치 못하게 서면으로 사과를 전하게 됐다"고 했다. 다른 주민은 "송도 아파트 이미지만 다 버렸다. 갑질하는 아파트로 낙인 찍혔다"고 걱정했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오는 11월 이 아파트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할 예정이다. A씨는 "이번 사건 때문은 아니고, 개인적 사유로 아파트를 떠날 계획이다. 좋은 인연이었으면 했는데 분노만 사고 떠나게 돼 죄송하다"면서 "차량은 매매업자를 통해 매각할 예정"이라고 했다. 사과문 대독이 끝난 뒤 중고차 딜러가 와 캠리 차량을 운전해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갔다.

29일 오전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H아파트 인도에 방치된 입주민 A씨 차량에 주차위반 스티커가 부착돼있다. A씨는 지난 27일 오후 이 아파트 정문 지하주차장 통로 입구에 차량을 주차하고 사라졌다.

A씨는 지난 27일 오후 4시 43분쯤 아파트 지하주차장 진입로를 캠리 승용차로 막고 자리를 떴다. 핸드브레이크를 채워 차를 밀 수 없게 했다. 그는 자신의 차에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에서 주차 위반 스티커가 부착된 것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승용차에 이 아파트 주차 비표를 붙이지 않았고, 관리사무소는 외부 차량이 단지 내에 주차된 것으로 판단해 주차위반 스티커를 붙였다.

A씨의 차량이 입구를 가로막고 있어 다른 주민 차량은 지하주차장에 진입하지 못했다. 불편을 겪은 주민들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아파트 단지가 사유지여서 차량을 견인하지 못했다. 주민 20여명은 이날 오후 11시쯤 A씨의 차량을 손으로 들어 인근 인도로 옮겼다. 화가 난 주민들은 캠리 승용차 앞뒤로 다른 차량을 주차하고 주위에 경계석과 화분 등을 놓아 A씨가 차량을 이동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A씨가 차량을 계속 치우지 않았고, 29일 오후 차량에서 골프 가방만을 챙겨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캠리 승용차에는 아파트 주민들이 ‘아이들한테 좋은 교육 시킨다’ ‘불법 주차 안하무인 감사합니다’ 등의 내용이 적힌 포스트잇 메모가 붙었다. 경비원과 입주민에게 사과와 차량 이동을 요구하는 경고문도 차량에 붙었다.

30일 오전 인천 송도국제도시 H아파트 인도에 방치된 50대 여성 입주민 차량 앞에 설현 입간판이 놓여져 있다. 입간판에는 ‘언니 차 빼 주세요!!’, ‘아이들이 위험해요~’라는 말풍선이 붙어져 있었고 주민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도 진행 중이다. 인근 초등학생들이 몰려와 입간판에 투표를 하고 있다.

A씨는 9월 초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할 상황에도 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27일 A씨를 ‘일반교통방해죄’로 고발했다. 인천 연수경찰서 관계자는 "일반교통방해죄 혐의에 대해 검토 중"이라면서 "A씨는 조사를 위해 9월 초 출석할 예정"이라고 했다. 일반교통방해죄에 따르면 범죄로 도로에 장애물을 설치해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 형법 제185조(일반교통방해)는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A씨가 사과문을 발표하고, 11월에 이사를 떠난다고 해 실제로 경찰에 출석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B씨는 "인천 연수경찰서 관계자와 통화해 A씨와 원만히 합의했다고 알렸고, 이 관계자는 정상을 참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H아파트단지에서 아파트 지하주차장 진입로를 가로막은 차량에 입주민들이 불만을 담은 포스트잇을 붙이고 잠금장치를 걸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A씨는 30일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차량 조수석에 본드 칠 한 주차위반 스티커를 붙여 화가 나 이런 일을 벌였다"라며 "현재까지 사과할 마음은 없다"라고 했다. 자신의 차량을 중고차 매물로 내놓은 것에 대해선 "3년에 한 번씩 차를 바꾼다. 이번 사건 때문에 차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은 중고차 딜러가 나타나 A씨의 캠리 차량을 견인해가려는 해프닝도 일었다. 그러나 차량이 이동하지 못하도록 다른 주민이 타이어에 자물쇠(휠락)을 걸어놓아 딜러가 끌고 가지 못했다.

A씨의 캠리 승용차 앞에 H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다음은 A씨가 이날 입주자 대표를 통해 서면으로 발표한 사과문 전문이다.

입주민 여러분께

저는 이번 캠리 주차장 막음 사건의 207동 당사자 입니다.

먼저 불법주차 스티커 부착 관련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해당 아파트에 2017년 12월 해당 차량을 정상적으로 등록하고 아무일 없이 지내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8월 25일 조수석에 불법주차 스티커가 부착된 것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경비실과 동 대표 측에 탈착해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저의 요구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제 분을 참지 못하고 지하 주차장 출입구에 그대로 차량을 내버려 두고 아파트를 떠났습니다.

그러나 오늘밤 아파트 입주자 분과 대화를 하면서 제가 오해하고 있던 상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정이 어떻게 되었던 홀로그램 스티커 미부착으로 인해 불법주차 스티커를 부착 당할 만한 충분한 사유가 된다는 것에 대해 인지하였고 인정합니다. 공동생활을 함에 있어서 지켜야 하는 규칙을 위반했다는 것이 저의 가장 큰 잘못입니다.

또한 이로 인해 입주민 여러분과 관리자 분들께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말았습니다. 차량을 그대로 방치한 것은 조금 전 까지도 제가 홀로그램 스티커 부착 규칙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제가 잘못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하주차장 막음으로 인해 입주민들의 분노를 사게 한 것과 이 행동을 기망히 여긴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또한 인도 위의 차량 방치로 뉴스까지 나오는 등… 입주민들의 통행 불편에 대해서도 사과 드립니다. 며칠 동안 벌어진 상황으로 인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법적 대응 문제로도 심적인 부담을 느꼈습니다.

앞서도 말씀 드렸듯 첫째 불법주차 스티커 미부착으로 적반하장의 자세로 임한 것, 둘째 지하주차장 입구를 막아 불편을 초래한 점, 셋째 인도 위에 지금까지 차량을 방치해둔 점에 대해 저의 잘못을 인정하고 머리 숙여 사과 드립니다.

마땅히 아파트 정문 입구에 나와 사과 드리는 것이 마땅하오나 정말 죄송스럽게도 얼굴을 들 자신이 없어 아파트 입주자 회장 및 몇몇 분들과 대면하여 사과를 드리고 서면으로 사과문을 남깁니다.

본의 아니게 이번 사건 발생 때문이 아니라 개인적인 사유로 이곳을 떠날 계획입니다. 차량은 매매업자를 통해 매각할 예정이오니 매매업자를 통해 차량을 이동시키는 데 협조해 주시길 바랍니다.

좋은 인연이면 좋았을 것을 저의 불찰로 인해 입주민께 분노만 안겨드리고 떠나게 되었네요.

부디 저의 사과문을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18년 8월 30일 캠리 차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