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메이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US오픈이 코트에서 옷을 갈아입은 여성 선수에게 경고 조치를 내리면서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28일 미국 뉴욕 플러싱 매도우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여자단식경기에 출전한 알리제 코르네(28·프랑스·싱글랭킹 31위)는 ‘10분 휴식 규칙’에 따라 잠시 휴식을 취하던 중 새로 갈아입은 셔츠의 앞뒤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경기 시작을 몇 분 앞두고 코르네는 코트에서 급히 셔츠를 갈아입었다.
그러나 심판은 경기장으로 복귀한 코르네에게 ‘코드(복장 규정) 위반’이라는 경고 조치를 내렸다. 대회를 주관하는 미국테니스협회(USTA)는 "코르네가 베이스라인에서 옷을 갈아입었기 때문"이라며 "이는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베이스라인은 테니스 코트의 양쪽 끝 경계선을 일컫는다. 이어 USTA는 이번 조치가 경고로 그쳤으며 코르네에게 벌금이나 벌칙을 부과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코르네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마지막 세트에서 패배한 뒤 눈물을 터뜨리며 경기 주치의에게 "토할 것 같다"며 달려갔다. 그는 기자들에게 "악몽같은 경기였다"고 말했다. 이날 기온은 섭씨 34도까지 오르며 경기장을 뜨겁게 달궜다. 코르네는 올해 초에도 3세트에서 온열 질환을 호소하며 경기에서 진 바 있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 인터넷에서는 US오픈 대회측의 조치가 ‘성차별적’이었다고 비난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테니스 코치 출신이자 영국 테니스 스타 앤디 머레이의 어머니인 주디 머레이는 트위터를 통해 "남성은 코트에서 셔츠를 갈아입을 수 있다"며 "남성과 여성에게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도 대회측을 비난했다. WTA는 "알리제는 잘못한 것이 없다"며 "코드 위반은 불공정한 조치이며, WTA의 규칙에는 코트에서의 탈의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비난이 쏟아지자 USTA는 "코르네에게 코드 위반 조치를 내린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코드 관련 규정을 남성과 여성 선수에게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USTA는 "대기석에 앉아서 옷을 갈아입기만 한다면 그들(여성선수들)은 옷을 갈아입을 권리가 있다"며 문제는 탈의 행위가 아니라 탈의 장소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기장에는 코트와 매우 가까운 곳에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 마련돼있다"며 "요즘 같은 혹독한 더위에는 잠깐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시간을 줄 것이며, 그것을 화장실을 가기 위한 휴식 시간을 쓴 것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WTA 규칙에 따르면, 여성 선수들은 경기 동안 화장실 휴식시간을 2번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