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수도권에는 폭우와 함께 700여회에 이르는 낙뢰(落雷)가 떨어져 시민들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서울 147번, 인천 160번, 경기 387번의 낙뢰가 내리쳤다. 이에 앞선 지난 29일 오후 2~6시 사이에는 서울 21번, 인천 323번, 경기 885번의 낙뢰가 떨어졌다. 이틀 사이에 1900여회에 이르는 낙뢰가 몰아친 것.

지난 29일 오후 6시부터 30일 오전 6시까지 서울에 147번의 낙뢰가 몰아쳤다.

기상청 관계자는 "전날 밤사이 따뜻한 북태평양고기압과 차가운 공기가 만나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졌다"며 "두 대기가 부딪히면서 경계면을 따라 서울·인천·경기 지역에 낙뢰가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따뜻한 공기는 위로,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가려는 성질이 있어, 대기 경계면을 중심으로 아래위로 요동쳐 낙뢰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폭우·낙뢰로 인해 항공기가 회항·결항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지난 29일 오후 4시 35분 도착 예정이던 중국동방항공 항공기(MU217)와 오후 8시 40분 도착 예정이던 중국남방항공 항공기(CZ369) 등 4편이 돌아갔다. 김포공항에서는 항공기 9편이 결항했다.

이미 활주로에 착륙한 승객들은 낙뢰가 지나갈 때까지 기내에서 1시간가량 대기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29일 오후 5시 16분쯤 김포공항에 착륙한 항공기 10여대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낙뢰 탓에 입국수속을 밟지 못하고 기내에서 대기했다. 승객들은 이날 오후 6시30분이 지나서야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낙뢰로 인해 밤잠을 설친 시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했다. 간밤 폭우가 심했던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정수연(31)씨는 "자려고 누웠지만 창밖에서 ‘우르릉 쾅쾅’거리는 소리 때문에 몇 번이고 깼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26)씨도 "불을 꺼도 번쩍번쩍거리는 통에 두꺼운 커튼을 내리고 잠을 청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