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일가의 부동산 개발 회사인 트럼프 오가니제이션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앨런 위슬버그〈사진〉가 트럼프 대통령의 성(性) 추문 무마 사건 수사에 협조하는 대가로 검찰 처벌 면제 처분을 받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전날엔 타블로이드 잡지 '내셔널 인콰이어러'를 발행하는 아메리칸미디어(AMI)의 회장 데이비드 페커도 같은 이유로 처벌 면제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앞서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트럼프 성 추문 상대 여성의 입을 막기 위해 돈을 줬다고 법정에서 자백했다. 트럼프의 핵심 측근 3인방이 잇따라 검찰에 투항하며 트럼프에게 등을 돌린 것이다.
이 중 위슬버그의 변심이 가장 큰 타격이라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40여 년간 트럼프 일가의 돈을 관리해 온 '금고지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1970년대 트럼프 회사 회계 담당으로 입사해 자금 관리를 책임졌다. 1990년대 회사가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때에도 트럼프 대통령 곁을 지키며 신임을 얻어 CFO까지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슬버그를 "돈 문제에 있어 업계에서 가장 강한 사람" "중요한 걸 보호하기 위해 무엇이든 했던 사람" 등으로 부르며 큰 신뢰를 보여 왔다. 돈 문제는 물론 카펫 교환처럼 사소한 일까지 그와 상의할 정도였다. 그는 코언이 트럼프와의 섹스 스캔들을 폭로하려는 전직 포르노 배우에게 건넨 돈을 트럼프 회사 돈으로 변제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돈 전달 의혹에 대해 "나중에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위슬버그의 증언에 따라 트럼프 주장이 뒤집어질 수도 있다. 위슬버그의 '검찰 투항'을 회사 임직원들도 사전에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슬버그와 마찬가지로 수사 협조에 약속하고 사법처리 칼날을 피한 페커 AMI 회장 역시 트럼프의 20년 지기다. 트럼프가 "타임지(誌)는 페커를 최고경영자로 앉히라"고 스스럼없이 말할 정도로 호감을 보였다. 페커는 2016년 미 대선 당시 성 추문 등 트럼프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각종 스캔들을 사전 차단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스캔들 관련자들에게 돈을 주고 독점 보도계약을 맺은 뒤, 이를 일부러 보도하지 않는 방법으로 트럼프의 대선운동을 도왔다는 것이다.
미 언론들은 코언·페커·위슬버그의 검찰 투항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궁지에 몰렸다고 분석했다. WP는 "세 사람은 트럼프가 오랫동안 믿고 의지해 온 가족 같은 핵심 측근"이라며 "이들의 검찰 협조로 (트럼프가 검찰 수사에 맞서 구축해 놓은) 장벽이 침식되고 있다"고 했다. WSJ는 "검찰은 트럼프를 보좌해온 세 개의 기둥 격인 이들로부터 얻어낸 정보를 러시아 내통 의혹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과 공유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