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베트남인 팜 띠토 우엔(30)씨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성형외과를 찾았다. 그녀는 병원비·숙박비·항공료가 포함된 850만원짜리 '성형 관광 상품'을 사 이날 한국에 입국했다. 우엔씨는 "젊은 베트남 여성들 사이에서 한국행 성형 관광이 유행"이라며 "한국의 걸그룹처럼 갸름한 얼굴 선과 오똑한 콧날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국내로 성형 관광을 오는 베트남 사람들이 늘고 있다. 'K팝' 'K뷰티(미용)'의 영향을 받은 젊은 베트남 여성들이다. 성형 관광 상품 가격은 300만~1000만원대로 작년 기준 베트남 1인당 국민소득(2385달러·약 260여만원)보다 비싸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한국으로 들어온 베트남 환자 수는 2010년 921명에서 지난해 7447명으로 8배 늘었다. 베트남 환자가 늘면서 서울 강남의 대형 성형외과에서는 영어·중국어·일본어·러시아어에 이어 베트남어 통역 직원을 두는 게 유행이다. 병원 회복실에서는 K팝과 함께 베트남 인기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주변 베트남 식당과 계약해 베트남 음식을 환자식으로 제공하는 병원도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성형외과에서 일하는 베트남인 직원 레 티 응옥(30)씨는 "최근엔 혼자 감당하기 힘들 만큼 환자가 늘어나 베트남 통역 직원을 한 명 더 뽑았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성형외과는 "베트남 환자가 작년보다 2배 늘어 중국 환자 수를 앞질렀다"고 했다.

베트남인 성형 환자가 늘어난 데는 병원들의 노력도 한몫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여파로 중국인 성형 관광객이 줄어들자 동남아 시장에 눈을 돌린 것이다. 베트남 환자를 유치하는 에이전시(회사)도 성업 중이다. 병원 측은 '입소문'을 특히 신경 쓴다. 베트남 환자 대부분이 지인 추천으로 한국에 오기 때문이다. 베트남 의료 관광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흐엉 우옌씨는 "유튜브나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한국 성형 후기를 보고 한국 관광을 계획하는 여성들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