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에 희소성 더한 운동화 염색 놀이 확산
염색하고 낙서하고… 개성 살린 커스텀 운동화 인기
구하기도 어려운 한정판 운동화에 커피를 쏟았다. 실수가 아니라 고의로. 되팔면 100만원 이상은 받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선 별난 유행이 화제를 모은다. 일명 ‘운동화 염색하기’. 유행의 진원지는 루이뷔통 남성복 수장 버질 아블로의 개인 브랜드 오프화이트다. 이 브랜드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나이키와 협업한 흰색 프레스토 운동화를 파란색으로 염색해 ‘#READYMADEOFFWHITE‘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해당 신발은 정가 18만원대지만, 리셀 가격이 150만원에 달할 만큼 인기가 높다.
곧 팝 가수 존 메이어를 비롯한 많은 네티즌이 다양한 기법으로 운동화를 염색하면서 솜씨를 뽐내기 시작했다. 미국의 한 카페는 새하얀 운동화를 콜드 브루 기계에 올려놓고 커피로 물들이는 영상을 공개했고, 어떤 이는 물감을 흩뿌리는 기법으로 새 신발을 더럽혔다.
이 놀이를 두고 버질 아블로는 레디메이드(Ready-made)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레디메이드란 예술 작품화된 기성품에 붙여진 용어로, 마르셀 뒤샹이 만든 미적 개념이다. 뒤샹은 변기처럼 대량생산된 물건을 변형시키지 않고 전시해 그 물건을 기성품 조각으로 승화시킨 바 있다.
버질 아블로는 "디자인은 사람이 갖기 전에는 단순한 사물에 불과하다"며 프레스토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염색하거나 펜으로 이름을 새기거나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염색하기 좋다고 했다. 신상품 출시를 앞두고 홍보를 위해 벌인 퍼포먼스일 수 있지만, 운동화를 예술로 바라보자는 그의 제안에 많은 이들이 동참했다. 인스타그램에서 관련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800개에 가까운 게시물이 등장한다. 나이키뿐만 아니라 아디다스, 반스 등 다양한 운동화가 염색 놀이에 활용됐다.
운동화를 커스텀(Kustom·재가공, 주문제작을 의미하는 Custom과 달리 디자이너의 철학과 관념을 반영한다)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낡은 신발을 복원하거나 새 신발에 개성을 불어 넣기 위해서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서 커스텀 슈즈를 검색하면 310만 개 이상의 영상이 검색된다. 대부분 커스텀하는 과정을 보여주거나, 방법을 알려준다. 운동화 커스텀 및 복원 전문가 안재복 씨는 커스텀의 매력에 대해 "좋아하는 문구, 그림을 넣어 자신만의 신발로 재탄생 하기 때문에 애착을 갖고 오랫동안 신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문화가 커스텀 문화를 부추긴다는 시각도 있다. 누구도 갖고 있지 않은 제품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면 더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커스텀 문화에 발맞춰 관련 업체들은 소비자들이 직접 신발을 꾸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반스는 자신만의 신발을 디자인하는 ‘커스텀 컬처 콘테스트’를 열고, 마르지엘라는 하얀 스니커즈와 볼펜을 함께 묶어 ‘D.I.Y(Do It Yourself·네가 직접 만들어라)’ 세트를 내놨다.
신발도 커스텀 한 듯한 스타일이 인기다. 지난해 리복은 베트멍과 협업한 인스타 퓨리에 낙서를 잔뜩 넣은 디자인을 극소량 출시해 주목받았다. 이 신발은 지금도 몸값이 오르고 있다고. 최근에는 아디다스와 팝 가수 칸예 웨스트가 만드는 이지 팀이 운동화 커스텀 장인으로 불리는 슈 서전(Shoe Surgeon)을 영입하려다 실패한 일화가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편, 나를 위한 소비가 늘면서 개인 맞춤 서비스는 패션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미국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성인 5명 중 1명은 개인화된 의류를 구입했으며, 7명 중 1명은 개인화된 액세서리를 구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