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열차는 24도, 역사는 28도가 냉방 희망온도
지난달 서울 지하철 '온도'민원만 5만8588건
지난달 "너무 춥다"는 민원은 전체의 4.7%(2740건)
역사 냉방시설 없는 곳도 전체의 18.8%
지난 17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의 바깥기온은 34도까지 치솟았다. 같은 시간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 승강장 역사(驛舍)는 이보다 높은 35.4도였다. 실내가 실외보다 더 더운 것이다.
"지하철 타러 올 때마다 축 늘어져요. 바깥보다 더 찜통인지, 시설이 왜 이렇게 안 좋은 건지…돌이 갓 지난 아이가 더워서 헐떡일 때마다 너무 속상합니다." 이날 잠실새내역에서 만난 박모(33)씨 얘기다.
잠실새내역은 역사에 냉방시설이 없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냉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지하철역은 1~8호선 전체 지하철역 277개 가운데 52곳(18.8%)이다. 이 가운데 잠실새내역처럼 냉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지하(地下) 역사는 아현역(2호선), 매봉역(3호선), 신용산역(4호선) 등 29곳이다. 지상(地上역사는 구조적으로 냉방시설을 설치할 수가 없다.
기상 관측 이래 111년만에 가장 덥다는 올 여름, 2억2000만명(서울 지하철 1~8호선 기준)이 이용하는 ‘시민의 발’ 지하철도 뜨거웠다. 에어컨이 작동 중이지만 "왜 이렇게 덥나"하는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교통공사에 ‘온도’와 관련해 접수된 민원만 5만8588건이다. 아무리 더워도 열차 안 희망온도는 24도, 역사는 28도 이하로 냉방 할 수 없다고 한다. 역사(驛舍)에 냉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전체의 18.8%에 해당한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지하철 냉방에 관한 의문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관리하는 서울교통공사가 답변했다.
Q. 지하철역 내부가 35도 넘는 곳은 왜 그런가.
"역사에 냉방시설이 없는 곳이다. 서울교통공사는 2013년 4호선 길음역을 마지막으로 지하철 역에 냉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다. 비용 때문이다. 지하 역사에 냉방설비를 설치하려면 4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냉방시설이 없는 지하 역사 29곳에 전부 에어컨을 설치하려면 1조1600억원 이상 필요한 셈이다. 서울교통공사 입장에서 신형 전동차 구매·안전설비 강화에도 투자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 냉방시설 설치는 큰 부담이다. 서울시 지원 등 예산을 확보한 후 단계적으로 역사 냉방 시설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계획은 있다."
Q. 지상 역사 23곳은 에어컨 설치가 불가능하다는데, 방법은 없나.
"지상 역사는 바깥 공기가 그대로 들어오는 개방된 구조라 냉방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서울교통공사는 옥수역(3호선)과 도봉산역(1호선)에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 여분의 전기로 찬 바람이 나오는 냉풍기를 시범 설치했다. 옥수역의 경우 한 쪽 승강장에 5대씩 총 10대의 냉풍기가 설치돼 있다. 에어컨만큼은 아니지만 냉풍기 앞에 서면,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힐 수 있다."
Q. 냉방이 되는 지하철 역사가 왜 이렇게 덥나.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서울 지하철 1~8호선 역사의 냉방 온도는 28도로 맞춰져 있다. 28도의 바람이 환기구를 통해 승강장 등 역사 안으로 공급된다. 바깥에 있다가 들어오는 시민들이 '시원하다'고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할 수 있다. 요즘처럼 폭염이 지속되면 외부 온도에 따라서 역사 내부가 더워지기도 한다."
Q. 여름철 지하철 내부 희망온도는 얼마인가.
"서울교통공사는 1~8호선 전동차 내 냉방설비를 일반 칸 24도, 약(弱)냉방 칸은 25도로 유지하고 있다. 운영자가 다른 서울지하철 9호선도 마찬가지로 24도다. 열차 내부는 좁은 공간에 승객들이 밀집하기 때문에 열기가 더 많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역사보다 4도 더 낮게 냉방 한다."
Q. '열차 24도, 역사 28도'가 덥다는 사람들이 많다.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냉방설비를 가동할 때 평균 28도 이상으로 실내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역사 온도를 28도에 맞추는 건 정부가 권장하는 냉방온도이기 때문이다.
다만 열차 안은 '민원실 등 일정 공간에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이라고 판단해서 24도로 맞춘다. 열차 안 온도에 대해서는 정부가 규정한 것이 없고 '탄력적으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24도는 서울교통공사의 자체규정으로 정해놓은 '희망온도'다."
Q. 사람이 많으면 실내 온도가 올라가는데도 24도로 맞추나.
"그렇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9.6도까지 올라갔던 지난 1일도 열차 안 온도는 24도였다. 전기로 달리는 지하철에서 냉방을 심하게 하기엔 무리가 있다. 지하철 자체가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시설인 까닭이다. 여름철 지하철 냉방을 강하게 하면 전력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24도라는 자체규정은 이 같은 우려를 모두 감안해 정한 것이다. 역사 온도인 28도는 정부가 정한 것이라 우리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Q. 지하철이 너무 덥다 혹은 너무 춥다는 민원은 몇 건 정도 되나.
"서울 지하철에 탑승한 승객은 민원번호(1577-1234)로 문자를 보내 열차 내 온도 조절을 요청할 수 있다. 올 여름은 '열차 안이 덥다'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다.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 총 5만8588건의 '온도 민원'이 접수됐는데, 이 가운데 "더우니 에어컨 좀 세게 틀어달라"는 내용이 전체의 95.3%(5만5848건)였다. 반대로 "실내가 너무 춥다"는 민원도 있다. 이 같은 민원은 전체의 4.7%(2740건)다. 사람마다 냉방에 대한 기준이 각기 다르다."
Q. 지하철 열차 안이 '너무 덥다' 또는 '너무 춥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어떻게 처리하나.
"내부 온도와 관련된 민원은 문자나 전화, SNS 등으로 서울교통공사 콜센터가 접수하고 있다. 민원은 운행 중인 열차 기관사에게 최종적으로 전달된다. "너무 덥다"는 민원을 접수 받은 기관사는 '냉방을 최대로 가동하겠습니다(혹은 가동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 방송을 내보낸다. 최대치는 앞서 밝힌 대로 24도다.
반대로 '너무 춥다'는 민원이 들어온 경우에는 '혹시 추우신 분은 약(弱)냉방칸을 이용해 주십시오'라고 안내한다. 약냉방칸은 25도. "덥다"는 민원이 접수되어 냉방온도를 낮췄는데, 연달아 "너무 춥다"는 민원이 반복적으로 접수되는 경우도 있다. 운행에 집중해야 하는 기관사가 에어컨 온도를 올리고 내리는 것만 할 수는 없으므로 온도 민원은 탄력적으로 접수하고 있다."
Q. 냉방은 막차 끊길 때까지 가동하나.
"요즘 같이 폭염이 계속되는 시기엔 지하철이 운영되는 시간 내내(오전 5시 30분~다음날 새벽 1시) 에어컨이 돌아간다. 하지만 하절기(6~8월)가 끝나고 날씨가 서늘해지면 자체 마련한 매뉴얼에 따라 승객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처럼 냉방 수요가 있을 때에만 냉방 시설을 가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