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 농장주들의 권익 단체인 '아프리포럼'이 최근 "남아공 정부가 보상 없이 몰수하기로 결정한 백인 소유 농장 목록을 입수했다"며 농장 195곳 이름을 자기들 홈페이지에 공개했다고 19일(현지 시각)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과거 인종차별로 지탄받던 백인 농장주들이 이제는 소수 권익 단체를 조직해 흑인 정부에 '탄압하지 말라'고 항의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남아공 정부는 아프리포럼의 문건 공개 직후 '부정확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백인 농장주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남아공에서 제기된 '인종 역차별 논란'은 지난 2월 보상 없이 국가의 토지 수용이 가능하도록 헌법 조항을 바꾸는 개정안을 남아공 의회가 압도적 표차(찬성 241표, 반대 83표)로 가결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대해 '토지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백인 농장주들의 땅을 몰수해 흑인들에게 분배하려는, 인종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1991년 종식된 흑인 차별 정책(아파르트헤이트)과 180도 뒤바뀐 흑인의 백인 차별이라는 것이다.
영국 BBC는 "남아공 정부의 토지 수용은 이웃 짐바브웨 정부가 자행했던 토지 강탈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1980년부터 37년간 짐바브웨를 철권 통치한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은 소수 백인의 토지와 농장을 강제 몰수해 흑인 참전 군인 등에게 분배하는 정책을 밀어붙였다. 이는 인구 절대다수인 흑인층 지지를 확보하려는 목적이었지만 백인 농가의 국외 탈출, 농업 생산성 저하 등을 불러오며 짐바브웨 경제를 파탄시켰고 지난해 무가베가 축출당한 주요 원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