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최연소라고요? 최연소로 박사 학위를 받아서 기쁘기보다 다시 출발선에 섰다는 생각에 오히려 고민이 많아요."

55년 만에 한국인 최연소 박사 학위 기록을 경신한 유효정(22)씨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유씨는 이달 말 대전에 있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석박사 통합과정을 마친다. 1995년 12월 28일생인 유씨는 만 22세 8개월에 박사 학위를 받게 된다. 정근모(79) 전 과학기술처 장관이 1963년 만 23세 5개월의 나이에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응용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으며 세웠던 최연소 박사 학위 취득 기록을 새로 쓴 것이다.

유효정씨는“최연소라는 사실보다 내 힘으로 노력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사실이 더 기쁘다”며“박사논문에서 다룬 단백질 구조 연구 경험을 살려 향후 신약 개발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씨는 "최연소 학위를 받게 됐지만 나 스스로가 뛰어나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일찍 학위를 받은 덕분에 인생에서 연구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저금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독학으로 중·고교 과정과 대학 학부 과정을 마쳤다. 검정고시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통과했고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지 2년 만인 2011년 2월에는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인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학부 학위(전자계산학 전공)를 취득했다. 유씨는 학부 전공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데이터 분석을 공부했다.

유씨는 "초등학교 시절 학원에서 친구들과 경쟁하며 공부하는 게 맞지 않아서 엄마의 권유로 혼자 공부를 시작했다"며 "어릴 때는 성적은 반에서 중간 정도이고 배우는 것도 느렸지만 혼자 꾸준히 공부하는 것만큼은 잘했다"고 말했다. 석사부터는 현장에서 연구를 하고 싶어 인터넷을 통해 알아본 끝에 UST에 진학했다. UST는 과학기술분야 정부 출연연구소가 공동 운영하는 국가연구소 대학원. 각 출연연에 소속돼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한다.

유씨는 몸속 기능을 좌우하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밝히는 연구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단백질은 미세한 구조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른 기능을 하기 때문에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면 신약도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유씨는 학부 전공으로 컴퓨터를 공부하며 배운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술을 이용해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연구에 이용했다. 또 학기 중 남는 시간이나 방학을 이용해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와 이화여대에서 생물·화학 수업을 청강했다.

유씨의 지도교수였던 이진혁 생명공학연구원 박사는 "남들은 학부 과정을 밟을 나이에 박사 학위를 준비하다 보니 처음에는 생명공학 지식이 부족한 편이 있었지만 스스로 피나는 노력으로 극복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향후 진로와 관련해 "아직은 고민이 많지만 앞으로 신약 개발처럼 다른 사람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