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을 땐 괜찮다가도, 경마장에 출근해 말똥 냄새를 맡기 시작하면 머리가 아파옵니다. 속도 메슥거리고 목과 등이 빳빳하게 굳는 느낌까지 들어요."
40대 초반 남성이 찾아와 한 말이다. 말 관리인으로 일하는 그는 10년간 왼쪽 이마의 두통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살펴보니 환자의 목이 구부정했다. 뒷목·어깨의 피부와 근육은 단단하고 두꺼워져 있었다. 목을 움직이게 하면서 관절을 만져보니, 2~3번 관절에 문제가 있었다. 해당 관절이 긴장하면 후(後)두통이 생길 수 있는데, 흔히 통증은 골막을 따라 이마로 이어진다. 게다가 통증은 인접한 신경을 곤두세워 냄새에 예민해지는 등 다른 증상도 유발할 수 있다. 말 관리인이었던 환자는 냄새에 예민해져 말똥 냄새를 맡으면 두통이 심해지는 경우였다. 환자는 바늘로 목 관절의 비정상적 긴장을 풀어주는 '투시경하신경유착박리술(FIMS)' 시술을 받고 나서야 10년간 그를 괴롭히던 두통과 이별할 수 있었다.
◇긴장성 두통, 내버려두면 다른 증상 야기할 수도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말 관리인 환자의 소개로 젊은 기수(경마에서 말을 타는 사람) 한 명도 병원을 찾았다. 그는 "자신도 똑같은 두통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두 환자의 증상은 비슷했지만, 발생 원인은 달랐다. 온종일 마구간에서 일하는 말 관리인과 달리, 기수는 마구간에 잠시 머물 뿐이었다. 전자는 목 관절 긴장이 근본 원인이면서 말똥 냄새가 증상을 악화시키는 '긴장성 두통'을 앓았다. 반면 후자는 말똥 냄새 자체가 환자에게 급작스러운 스트레스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뇌혈관 혈류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편두통'인 것으로 파악됐다.
상당수 두통 환자에게는 편두통과 긴장성 두통의 요소가 다 있다. 치료는 둘 중 어느 요인이 더 많은지 가려내고 나서 진행해야 한다. 편두통에 가깝다면 약을 쓰는 편이 낫다. 긴장성 두통에 가까우면 척추·근육·신경 등의 문제를 바로잡아 치료한다.
실제로는 편두통보다 긴장성 두통에 가까운 경우가 월등히 많다. 긴장성 두통은 방치하면 머리뿐 아니라 목과 등에도 통증을 야기할 수 있다. 우울증·전신 통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 밖에 턱관절 통증이나 이명(耳鳴), 어지럼증 등도 동반한다. 이명은 외부로부터 청각적 자극이 없는데도 잡음이 들리는 상태다. 때로는 긴장성 두통으로 위장관 운동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젊을 때 없던 만성두통이 생기거나 원래 있던 두통이 점점 심해질 때는 긴장성 두통을 의심하고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게 좋다.
◇긴장성 두통, 폭넓은 검사 후 치료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긴장성 두통의 70% 이상은 경추(목뼈)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므로 진단을 내릴 때는 경추와 관련한 병력과 환자의 경추를 손으로 만져보며 다양한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대부분 살면서 한 번쯤 앓을 만큼 흔한 턱관절 통증을 진단할 때도 마찬가지다. 턱관절 통증은 삼차신경(얼굴 감각과 일부 근육 운동을 담당하는 신경)이나 경추신경의 직·간접적 지배를 받기 때문에 목 근육·힘줄·신경 이상뿐 아니라 긴장성 목 증후군을 비롯한 동반 질환 등도 고려해야 한다.
FIMS 시술은 두 문제를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FIMS는 신경이나 혈관이 손상되지 않도록 고안된 특수 바늘을 써 경추 관절의 압력을 낮추고, 유착된 신경·인대·힘줄·근육을 풀어 질환을 치료한다. 이처럼 원인을 정확히 알고 접근하면, 턱관절 질환도 긴장성 두통도 결코 치료하기 어려운 병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