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학 입시에 정시 선발 인원을 30% 이상으로 늘리도록 한 교육부 대입 개편 방안에 대해 김도연(66·사진) 포스텍 총장이 "우리는 정부 안(案)대로 정시 모집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2022학년도 입시부터 정시 비중을 30% 이상으로 하는 대학에만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했는데, 포스텍이 이를 못 받더라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19일 본지 통화에서 "모든 대학에 획일적으로 '30%'란 수치를 주고 그만큼 정시를 늘리라고 하는 정부 방침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총장은 서울대 공대 교수를 거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울산대 총장 등을 지내고 2015년부터 포스텍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앞서 교육부는 현재 정시 비중이 30%에 크게 못 미치는 서울대(정시 비중 20.4%), 고려대(16.2%), 경희대(23%), 이화여대(20.6%), 포스텍(0%)이 3년 뒤 정시를 큰 폭으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총장은 "대학 입장에선 매년 8억~9억원 받던 재정 지원이 끊길 경우 타격이 크지만, 그런 지원을 못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며 "우리 대학이 10여년간 축적한 수많은 입시 노하우를 정부가 이렇게 하루아침에 부정해선 안 된다"고 했다. 카이스트·지스트·유니스트 등도 정시 비중이 0~10%로 매우 낮지만 교육부가 아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할 대학이라 정시 확대 유도 대상에서 빠진다.
포스텍은 정시 모집이 없고 신입생 전원(330명)을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옛 입학사정관제)으로 뽑는다. 2010년 처음 시행했다. 1단계는 학생부·자기소개서·추천서를 평가해 3배수를 뽑고, 2단계는 면접으로 최종 합격자를 뽑는 방식이다.
김 총장은 "우리 대학은 330명 선발을 위해 입학사정관 10명이 1년 내내 전국 고교를 돌아다니며 우수한 학생을 찾는다"며 "학교 입장에선 돈과 시간, 노력도 엄청나게 많이 드는 일이지만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정성을 다해 제도를 만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입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정부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반성할 일"이라고 했다. 오지선다형 객관식 문제 중 운 좋게 몇 개 더 맞으면 '대박'이고, 운 나빠 몇 개 더 틀리면 '쪽박' 나는 수능 제도가 정말 공정한 것인지, 학생부 기재 동아리·수상 개수를 제한하고 자기소개서 분량을 줄이고 추천서를 폐지하면 '깜깜이 전형'이란 오명이 없어지는 것인지 제대로 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입시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없애고 줄일수록 공정하고 단순해지는 게 아니라 대입을 진정한 '깜깜이'로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김 총장은 "정부가 '특정 사교육을 줄여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정시 모집 비중이나 자소서 분량 간소화 같은 세세한 제도 개선에 매달리면 사교육은 그 새 제도에 맞춰 계속 모습을 바꿔나갈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대학에 학생 선발 권한을 줘야 공정성 문제, 옆자리 친구와 내신 경쟁을 벌이는 불필요한 입시 경쟁 구도를 바꿀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