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고등학교 교사들은 자녀와 같은 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된다.
17일 교육부는 "고등학교 교사가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배치되지 않도록 하는 ‘상피제’(相避制)’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부모 교사가 직·간접적으로 자녀 입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은 연말까지 상피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인사규정을 고친 뒤 내년 3월 1일자 인사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경기·세종·대구·울산지역은 부모 교사, 자녀 학생이 같은 학교를 다니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있다. 부모가 교사로 재직하는 학교에 자녀가 배정되면, 부모 교사를 다른 학교로 전근 보내는 방식이다.
이날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시·도 교육청과 회의에서 (상피제 도입에) 합의했다"면서 "당장 오는 2학기부터 교사나 자녀인 학생이 원하면 비(非)정기전보·전학으로 학교를 바꿔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립학교의 경우, △같은 학교법인 내의 다른 학교로 ‘부모 교사’가 전보하거나 △공립학교 교사와 1 대 1로 자리를 맞바꾸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사립고교 교사가 상피제에 해당되어 공립으로 갈 경우, 그 빈자리는 기간제 교사가 메울 것으로 보인다.
학교가 부족한 시골에서는 부모 교사, 학생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상황이 불가피 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 부모 교사가 학생 평가업무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배제하기로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일하는 교원은 1005명, 부모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자녀는 1050명이다. 2360개 고교 가운데 560개교(23.7%)에서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상피제 도입은 최근 서울 강남구 S여고에서 쌍둥이 자매가 동시에 전교 1등을 차지한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는 S여고 교무부장이다. 이에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첫 성적이 전교 59등·전교 121등인 자매가 갑자기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6일 특별 감사에 착수했다.
상피제 도입에 따른 논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사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학생의 학교선택권이 제한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