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소담 기자] 경쟁 없는 착한 10대 힙합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16일 오후 방송된 SBS ‘방과 후 힙합’에서는 안성의 가온고등학교로 향했다.
이날 김신영과 블락비 피오가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렸다. 김신영은 경쟁이 없는 10대들의 힙합 이야기라는 점이 이 프로그램의 차별점이라고 밝혔다. 리듬파워, 키썸, 킬라그램, 슬리피 등이 연이어 버스에 올랐다.
학생들의 고민을 미리 들어봤다. 가장 먼저 3학년 정은비가 등장했다. 은비는 흥이 넘쳤다. 교탁이나 책상 위에 올라가 춤을 추는 등 연신 끼를 방출했다. 은비는 출연한 이유에 대해 “저희 담임선생님이 유별나다는 걸 알리고 싶다. 깜지를 하루에 세 장 써야 한다. 저희 선생님 고집 아무도 못 꺾는다. 협상하고 싶다. 반만 줄여달라고”라고 바람을 밝혔다.
그 다음 등장한 강수지는 “애들이 쌍꺼풀 망했다고 놀린다. 너희가 지껄이든 말든 상관할 바 아니니까. 풀을 수 없으니까. 누가 뭐라든 간에 제 쌍꺼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에 행주는 “아직 화가 있다. 완벽하게 내려놨는지 만나봐야 한다”며 예리하게 분석했다.
오정태는 “애들이 예쁘다고 해서 봤는데 진짜 예쁘더라. 그런데 남자친구가 생겼다. 기분이 안 좋아서 보건실 가서 누워 있었다. 인사는 못 한다. 그냥 후회된다”며 짝사랑 이야기를 꺼냈다.
심상치 않은 문학소년이 등장했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점을 시로 적어온 이규민은 “맨 처음에는 의문심을 가지고 시를 쓰는데 시를 쓰다보면 어느 정도 해소된다”고 말했다. 이어 멍을 때리다가 느낀 인생의 허무함에 대한 시를 쓰게 된 사연을 털어놨다. 이에 김신영은 “굉장히 진지한 친구다”라고 말했다.
슬리피 반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3학년 정은비, 노예원, 강수지, 오정태, 김동호가 해당됐다. 슬리피는 “노하우, 연륜 있으니까 믿고 따라오면 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슬리피 선생님이 가장 먼저 중요하다고 밝힌 포인트는 랩 네임이었다. 정은비는 깜지하는 은비라는 뜻의 ‘깜비’, 노예원은 얼굴 평가 짱나라는 뜻의 ‘얼짱’, 오정태는 “그 친구를 보면 아직도 그 하루가 행복하다”며 크러시 보이라고 랩네임을 지었다. 강수지는 “쌍꺼풀 수술을 백만 원 주고 있다”며 ‘백만원’이라는 이름을 스스로 붙였다.
킬라그램은 ‘리액션’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1학년 이규민, 이유진, 2학년 황현, 도은현, 3학년 정혜윤이 소속됐다. 스웨그 넘치는 랩을 보여준 이유진은 수석 입학생이었다. 유진이는 “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부모님과 많은 갈등이 있다. 공부도 좋지만 더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 저는 제가 좋아하고 제가 했을 때 좋아하는 게 춤과 노래다”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문학소년 이규민은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까 하루가 매일 똑같다. 오늘이 월요일인지 수요일인지 구분 안 갈 때도 모른다”는 느낌에 공허함을 주제로 한 랩 가사를 썼다고 밝혔다. 황현은 ‘왕따’로 힘들었던 마음을 랩으로 표현했다. 황현은 “어렸을 때 어학연수를 갔다. 영어도 잘 못하고 친해지는 방법도 몰라서 이유 없이 왕따를 당했다. 엄마한테는 따돌림 받는다는 것도 말하기 두렵고 동생들도 제가 잘 챙겨야 하는데 제가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면 안 되니까 더 숨긴 것 같다”고 마음을 털어놨다. 킬라그램은 랩을 마친 황현을 꼭 안아주고 “내가 그런 일이 있었으면 카메라 앞에서 말 못했을 텐데 이런 계기로 부모님에게도 공개한다는 게 용기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진짜 힙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키썸은 2학년 이정민, 정학진, 유진이, 3학년 이미소, 이영현과 샌드위치를 만들며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영현은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 그리움을 담아 랩을 선보였다. 이정민은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는데 얼굴도 기억 안 난다. 성함도 모른다”며 엄마를 찾고 싶은 이야기를 랩에 담았다. 아빠가 싫어할까봐 말을 해본 적 없다고. 이정민은 그래도 이번에 이야기를 꺼내려고 마음 먹은 이유에 대해 “가족이니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듬파워는 2학년 이정준, 안용진, 김준식, 김채민, 윤상섭, 장유준과 다짜고짜 체력장으로 힙합교실을 열었다. 리듬파워는 ‘가슴을 열어라’로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했다. 이정준은 김채민을 부르고 “맨날 우리끼리 놀러다니면서 너만 전교 1등한다”고 말했다. 김준식은 이정준에게 “친구들이 나보고 어좁이라고 부르잖아. 그중에서 제일 심한 게 너다. 네가 넓어서 놀리면 이해하는데 너도 나랑 별차이없다. 키가 작아서 더 넓어 보이는 것이다. 앞으로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때 안용진은 헤어진 여자친구를 향해 “나 용진인데 네가 내 첫 여자친구잖아. 너랑 했던 모든 게 처음이었어. 넌 나한테 잘해줬는데 내가 계속 연락 안 받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지 않았나 미안했어. 사귈 때 해주지 못했던 거 지금이라도 잘해줄게”라며 쑥스럽게 고백했다.
학생들과 선생님의 무대가 펼쳐졌다. 킬라그램반에서는 이규민과 이유진이 ‘5분만’으로 나섰다. 래퍼 지망생이니 아니지만 다들 놀라운 실력으로 기대 이상의 무대를 선보였다. 킬라그램은 “이 친구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많은 친구들 앞에서 했다는 게 대견하고 멋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슬리피는 ‘크러시 보이’ 오정태와 무대 위에 올랐다. 슬리피는 오정태의 스타일링에 도움을 줬을 정도. 두 사람은 ‘원 사이드 러버’를 통해 짝사랑의 절절한 마음을 랩으로 선보였다. 키썸은 이영현, 이정민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랩이 익숙하지 않은 이영현,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한 김정민을 위해 키썸이 나섰다. 엄마와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사실은’을 통해 털어놨다. 마지막 리듬파워는 가온고 힙합동아리 ‘악센트’ 6명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 besodam@osen.co.kr
[사진] ‘방과 후 힙합’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