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남미 대륙 북동쪽 가이아나에서 50㎞ 정도 떨어진 카리브해 해상. 복면 쓴 해적 7명이 어선에 난입했다. 그들은 칼을 휘두르고 선원들에게 뜨거운 기름을 끼얹으며 공격했다. 선원 도나린 구버단(47)은 "해적들이 배를 내놓으라고 해 모두 바다로 뛰어들어야 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선원 20명 중 5명만 살아남았고, 해적들은 배를 훔쳐 달아났다.
중남미 대륙과 서인도제도에 둘러싸인 바다, 카리브해에 해적이 돌아왔다. 카리브해는 17세기에 해적이 창궐했던 지역으로, 영화나 만화에도 해적 활동 지역으로 자주 등장한다. 비정부기구 '해적 없는 바다(OBP)'에 따르면 지난해 중남미 해역에서 발생한 해적 사건은 71건으로, 전년보다 163% 늘었다. 대부분 카리브해에서 발생했다. OBP는 지난해 카리브해 해적이 최소 94만9000달러(약 10억7000만원) 정도의 물품을 약탈한 것으로 추정했다.
중남미 정세 악화가 해적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 "지난 18개월 동안 온두라스, 니카라과, 아이티 등에서 해적 행위가 지속적으로 보고됐고, 특히 베네수엘라가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이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빈곤과 범죄, 그리고 부패에 시달리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경제 정책 실패 등으로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생필품난을 겪고 있다. 베네수엘라를 마주 보고 있는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어민들은 "최근 베네수엘라 해적들의 인신매매와 해적질이 더 많아지고 잔인해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