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선고 공판
'권력형 성폭행'인가 여부가 핵심쟁점
檢 "피해자 乙이었다" 安 "합의된 성관계"
법원, 두 사람 '평소 대화' 따져서 판단할 듯
오는 14일 오전 10시 30분 ‘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온다. 핵심 쟁점은 상하 지위관계를 이용한 성폭행이었는지다.
검찰은 안 전 지사에게 폭력·협박을 전제로 하는 형법 297조 ‘강간죄’가 아닌, 형법 303조 ‘업무상 위력(威力·상대를 제압하는 힘)에 의한 간음죄’를 적용했다. 안 전 지사가 성관계 과정에서 폭행·협박을 가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선고된다. 앞서 검찰은 안 전 지사에 대해 징역 4년 등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권력형 성폭행' 여부가 핵심 쟁점
양 측은 도지사로서의 지위를 악용해 성관계가 이뤄졌는지 여부를 주로 다퉜다.
검찰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였던 김씨를 상대로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막강한 사회·정치적 영향력을 지닌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 김지은(33)씨가 을(乙)의 위치에 있는 점을 악용했다”며 “권력을 정점으로 위계질서가 작동하고 최고 권력자(안 전 지사)의 의사에 따라 피해자(김지은)의 운명이 결정되는 등 특수한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 측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 전 지사도 최후변론에서 "사회·도덕적 책임은 피하지 않겠지만 위력 행사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의 측근들도 앞선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안희정은 권위적인 사람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안 전 지사는 (비서실장과) 맞담배를 필 정도로 권위적이지 않다”, “밤 11시 이후에는 (안 전 지사) 전화가 오더라도 받지 않았다. 그래야 상대방이 전화를 안 할 것 아니냐” 등의 증언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김씨 주변인들은 "조직 내에선 왕(王)같은 존재였다", "안 전 지사가 나타나면 모두가 긴장했고 제왕적 분위기가 있었다"면서 상반된 증언을 했다. 김씨는 최후변론에서 "(안 전 지사는)자신이 가진 권력을 너무나 잘 알고, 이를 이용한 이중인격자'"면서 "안 전 지사는 '내가 그렇게 잘 생겼니', '난 섹스가 좋다', '난 어떤 여자와도 잘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법원의 네 가지 선택지
'권력형 성폭행' 여부를 놓고 양 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법원의 선택지는 크게 네 가지로 압축된다. ①실형 ②집행유예 ③벌금형 ④무죄 선고다.
법원은 △안희정 캠프 내부 분위기 △두 사람의 평소 개인적 대화·문자메시지 △수행비서의 지위 △심리분석 전문가의 진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위계’는 상대방을 착오에 빠트려 정상적인 성적(性的) 의사결정을 못하게 하는 경우, ‘위력’은 지위나 권력을 통해 상대방의 의사를 제압하는 행위를 가리킨다”면서 “재판부는 안 전 지사와 김씨 사이에서 위계나 위력의 작용했는지를 중점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판례를 살펴보면, 법원은 그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에 대해 △저항하기 어려운 장소였나 △피해자가 공포감을 느꼈나 △가해자·피해자의 나이 혹은 신체적 차이가 있나 △범행 당시의 정황은 어땠나 등을 기준으로 유·무죄 여부와 형량을 가렸다. 중형이 내려진 판례는 대부분 피해자가 미성년자거나 장애인 등인 경우였다.
김씨 측도 이 점에 주목해 “저는 피고인(안 전 지사)의 존재만으로도 두려운 사람”이라고 변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