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져 최근 2,3년 사이에 자진신고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동남아 쪽 농수산물이나 향채류, 담배, 총포 도검류, 짝퉁 물품 들의 비중이 높습니다"
지난 10일 인천공항 내 세관 유치창고에 켜켜이 쌓인 유치품들 앞에서 전준배 관세행정관이 “몇년 전과 비교해 압수되는 물품이 많이 줄었다”며 “의식수준이 많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압수된 물품이 많이 줄었다는데 기자가 본 유치창고 내 유치품들은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를 정도로 선반 곳곳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선반에 넣지 못하는 물품들은 카트에 담아 복도 사이사이에 쌓아두고 있었고 농수산물 중 썩는 물품들은 냉동고에 보관하고 있었다.
"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 조현아씨가 명품 등을 밀반입한 혐의로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고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밀반입이 중범죄가 될 수 있다는 뉴스에 자진신고 비율이 매우 높아진것 같다"고 인천공항 세관 김 모 사무관이 말했다. 지난 2015년 자진신고제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보다 같은기간 두배 이상 높아졌다.
하지만 압수창고(밀수품이나 사건관련 용품, 금괴, 마약류, 명품가방, 보석류 등 보안상 공개가 불가능)나 유치창고에 보관 중인 압수, 유치품들은 보관한지 2개월도 안된상태라고 믿기엔 너무 많았다. 보통 유치품들의 보관 기간은 1개월이다. 유치기간은 한 달 연장가능 하지만 그 이후에는 채화 공매 절차로 넘어가 경매를 통해 수입품을 매각해 보관료나 관세등을 충당한다.
이날 입국장 내 수하물수취대 앞에는 짐을 찾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본인의 짐을 찾아 게이트로 나가고 있었다. 그런 입국자들을 매의 눈으로 관찰하는 사람들이 있다.
"노란 자켓, 검정색 치마, 여성, 입국심사장에서 1층으로 이동"
"11번 기둥 옆 검정 자켓 남성, 입국장출구쪽으로 이동"
사복을 입은 세관 직원들이 들고 있는 무전기에서 계속 들려오는 소리다. 비행기에서 내려 처음 들어서는 입국심사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거동이나 복장이 수상한 사람들과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 등 세관직원들의 눈을 벗어나기는 힘들다. 공항을 떠나는 순간까지 이들의 감시를 벗어날 수 없다.
실제로 2주전 한 남성이 게이트 밖을 나서지 않고 전화통화를 하며 눈치를 살피는 등 수상한 모습을 보여 직원들이 계속 주시를 하고 엑스레이(X-ray) 검사를 해보니 코카인 40g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세관 직원들의 짐 수색 요청에 불응 해 짐 수색 거부로 물건을 바닥에 집어던지는 등 난동을 부리는 경우 가능하면 설득을 통해 짐 검사를 실시하지만 통제가 안되는경우 증거를 남기고 경찰에 인계한다. 짐 수색 거부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죄가 없다면 짐 수색 쯤은 당당히 받자.
입국 여행객이 면세 한도인 600달러(약 67만원)를 넘겼더라도 자진해서 신고하면 관세를 30%(15만원 한도) 감면받을 수 있다. 반면 신고하지 않고 몰래 들여오려다 적발되면 40% 가산세가 부과되고, 2년 내 두 번 적발된 경우 세 번째부터는 60% 중가산세가 부과된다. 해외에서 1000달러짜리 가방을 사온 경우 자진 신고시 납세액을 6만1600원만 내면 되지만 신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될 경우엔 12만3200원을 물게 돼 부담이 2배로 뛴다. 해외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했다면 자진신고를 하고 당당하게 세금을 내자. 국민의 의무다.
/남강호 기자 kangh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