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안에서

솔 운두라가 지음 김서정 옮김
그림책공작소|36쪽|1만8000원

아침 다섯 시, "해가 떠올랐어요!" 어부들이 모래에 첫 발자국을 남긴다. 배에 물고기가 가득하다. 바다 한가운데서 새빨간 부리를 뾰족 내민 갈매기떼가 고깃배를 에워싼다. 오전 아홉 시, 물에 첫발을 담근다. "한 마리 사면 한 마리 더 공짜!" 장 보는 사람들 사이로 첫 피서객이 도착한다. 오후 두 시, 맹렬히 내리쬐는 햇볕 밑에서 사람들은 헤엄을 치고 보트를 타고 살갗을 태운다. 그러다 오후 아홉 시 삼십 분, 해가 바다에 잠기고 올빼미족도 잠들고 오직 등대만 눈을 부릅뜨면 바다의 하루는 끝난다. 동틀 녘부터 어스름까지 지지고 볶았던 해와 바닷물과 모래의 시간은 내일 다시 돌아온다.

태양의 이동에 따라 밝았다 어두워지고 다시 환해지는 바닷가의 하루를 26.3×34㎝ 직사각형 캔버스에 스냅사진처럼 담아낸 그림책. 하늘 어딘가에 카메라를 붙박아 놓은 듯 각도를 살짝만 옮기면서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해변의 풍경을 깜찍하게 훑어낸다. 알록달록한 색감을 팝아트처럼 완성한 그림과 간결하기 이를 데 없는 문장이 절묘한 대비를 이뤄 어른에게는 추억을, 어린 독자에게는 호기심을 뭉게뭉게 일으킨다.

한여름 낚싯배에 몸을 실은 북극곰, 비행 물체와 눈맞추는 핑크색 코끼리, 하늘을 나는 까만 상어 등 숨은 그림을 찾는 재미도 쏠쏠. 2018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 오페라프리마 부문 대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