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업체들이 국내 호텔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호텔·콘도 등 숙박업소가 크게 늘어난 데다 객실 고급화 흐름이 강화되자 침대 업체마다 최고급 제품을 선보이며 한 치 양보 없는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시몬스는 오는 20일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재개관하는 JW메리어트 서울 379개 전(全) 객실에 최고급 제품인 '뷰티레스트 블랙'을 납품하고 이에 앞서 에이스침대는 지난달 문을 연 신세계조선호텔의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에 프리미엄 매트리스 '헤리츠'를 전량 공급했다. 썰타, 씰리 등 글로벌 메이커들도 높은 인지도를 내세워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시몬스, 5성급 점유율 가장 앞서
현재 호텔 납품 시장에서 가장 앞선 침대 브랜드로는 시몬스가 꼽힌다. 시몬스는 2000년대 초반부터 호텔 시장 공략에 나서 현재 서울 시내 5성급 호텔 25곳 가운데 17곳에 침대를 공급하고 있다. 에이스침대와 중복으로 운용하는 그랜드하얏트를 감안하면 점유율은 66% 수준이다. 다음 달 '이그제큐티브 타워'로 재개관하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에도 278개 객실 모두에 시몬스침대 프리미엄 모델을 납품한다. 시몬스는 롯데호텔과 침구 브랜드인 '해온'을 공동 개발한 데 이어 2015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 맞춤형 제품인 '포시즌스 침대'를 개발해 납품했다. 시몬스는 지난해 시그니엘 서울, 힐튼 부산,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등 화제를 모은 신축 호텔에 매트리스를 공급한 데 이어 올 초에는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도 새 고객으로 확보했다.
국내 침대 시장 1위 에이스침대도 신세계조선호텔의 첫 자체 브랜드 호텔로 관심이 쏠렸던 레스케이프에 자사 제품을 납품하며 호텔 특판 시장에서 힘을 내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춰 올 초 개장한 정선 파크로쉬리조트에도 에이스침대가 별도 개발한 제품이 배치됐다. 또 숙박 앱 업체인 여기어때와 협약을 맺고 이 업체가 운영하는 호텔여기어때에 에이스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이 밖에 글로벌 브랜드인 썰타는 콘래드 등 힐튼 계열 호텔, 씰리는 르메르디앙 서울을 고객으로 확보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씰리는 마곡 코트야드 메리어트,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등으로 공급처를 확대하고 있다. 이장윤 씰리 팀장은 "미국 본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글로벌 호텔 체인들의 국내 진출이 이어지면서 시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 규모 크고, 일반 판매에도 영향
호텔 침대 시장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주 5일제 문화 확산과 관광객 증가로 호텔 신축과 리노베이션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업협회에 따르면 2012년 966개였던 국내 호텔·콘도는 지난해 말 두 배 수준인 1844개로 늘었다. 12만개 초반이었던 객실 수는 19만개에 달했다. 게다가 호텔 납품은 계약당 규모가 수십억원대이기 때문에 매출 증대와 직결된다. 실제로 시몬스가 JW메리어트 서울에 납품한 '뷰티레스트 블랙'은 개당 700만~2000만원인 최고급 제품으로 총 납품 금액이 50억원에 달한다. 시몬스의 연 매출이 17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대형 고객사인 셈이다.
5성급 최고급 호텔에 들어가는 데 따른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도 크다. 휴가를 호텔에서 보내는 피서족이 늘어나면서 호텔 침대 판매 증가가 일반 가정용 침대 판매 증가로 연결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훈 한양대 교수(관광학)는 "호텔의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침대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며 "침대 업체들이 호텔 시장을 적극 공략하면서 시장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