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囚衣)를 입고 있어도 눈빛은 결연했다. 안창호, 한용운, 윤봉길, 유관순, 이봉창, 김마리아…. 조선총독부는 감시 대상이었던 조선인에 대한 '신상 카드'를 작성해 '관리'했다. 그중 상당수는 당연히 독립운동가였다. 191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일제 경찰과 행형(行刑)기관이 만든 4858명의 카드 6264장이 남아 있다. 광복 후 치안본부가 보관하던 이 자료는 1980년대 국사편찬위원회로 이관됐다.

일제가 작성한‘주요 감시 대상 인물 카드’. 윗줄 사진은 1919년 유관순(왼쪽), 1927년 한용운이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을 당시 정면과 측면 모습을 촬영하고 주요 정보를 기록한 카드. 아랫줄 사진은 1932년 경기도 형사과가 안창호(왼쪽)·윤봉길에 대해 기록한 카드다.

이 '카드'가 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항일독립유산인 '일제 주요감시대상 인물카드'를 7일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카드는 인물 사진을 부착하고 출생연월일, 출생지, 주소, 신장 등 기본 정보와 활동·검거·수형에 관한 사실을 기록했다.

유관순이 서대문형무소에 입소할 때의 정면 사진처럼 잘 알려진 자료도 있지만 비웃는 듯 옅은 미소를 지은 채 촬영자를 노려보는 한용운, 흰 수염을 기른 1937년의 안창호 등 대부분은 희귀한 사진이다. 문화재청은 "당대의 민족운동이나 독립운동을 조사할 때 가장 신빙성과 설득력 있는 자료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밝혔다.

이 밖에 1909년 의병이 봉기한 장소인 '완도 소안면 구 당사도 등대'와 영화감독으로 항일운동에 가담했던 윤봉춘이 쓴 '윤봉춘 일기'도 함께 문화재로 등록 예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