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역 및 외교 문제를 두고 터키와 미국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터키 리라화의 가치가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터키 금융 시장이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6일 달러화 대비 리라화 환율은 전날보다 2.16% 상승한 5.19리라를 기록했다. 달러 대비 리라 화폐 가치가 역대 최저치로 평가절하된 것이다. 달러화 대비 리라화 환율은 연초 대비 36.9% 상승했다. 터키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나날이 치솟으며 20% 선에 근접했다. 이날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중 0.64%포인트 오른 19.83%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터키와 미국간 무역 및 외교 갈등이 깊어지면서 터키 금융시장 내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1일 미 재무부가 터키 법무장관과 내무장관의 미국 내 자산을 각각 동결하는 제재조치를 발표하면서 외교 갈등이 격화됐다. 달러 대비 리라화 환율은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3.26% 상승했다.
이후 지난 4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국 법무장관과 내무장관의 터키 내 자산을 동결하겠다”고 맞받아 쳤다. 다음 거래일인 6일 터키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터키와 미국은 외교뿐만 아니라 무역 문제로도 갈등을 빚어왔다. 올해 3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터키를 포함한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터키 정부는 지난 6월 석탄, 종이, 견과류, 담배, 쌀, 자동차 등 약 18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로 맞섰다.
이후 지난 3일 미국은 터키의 일반특혜관세제도(GSP) 기준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터키에 경고를 보냈다. GSP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농수산물, 공산품 등에 대가없이 관세를 면제하거나 인하해주는 제도다.
미국과의 갈등이 금융 시장에 연일 큰 타격으로 작용하자 터키 정부는 결국 미국과의 대화에 나섰다. 6일 터키중앙은행(CBRT)가 외환부문 지급준비율의 상한을 기존 대비 5% 인하하는 등 환율 정책에 적극 개입했지만 리라화의 날개없는 추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터키 대표단은 빠르면 이틀 안에 미국을 방문해 미국인 목사 억류 문제와 터키 제재 문제를 해결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