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 글지기 대표

이러다 통구이 되는 건 아닐까. 온몸을 볼록렌즈로 쬐는 듯하다. 다행히 상대편 타자가 방망이를 헛돌려 공수(攻守) 교대. 얼른 뛰어 들어가야 할 더그아웃 그늘이 외야에선 어른어른 멀다. 한여름에도 팀마다 서너 경기 치르는 사회인 야구, 할 때마다 신통하다. 어찌 이런 땡볕에.

쓰러지지 않으면 다행이다 싶은데, 감독이 막판에 등판(登板)할 준비 하란다. 이른바 '마무리 투수'(전문 선수와는 다른 차원이니 오해 마시라). 아무튼 사전에 없으므로 이렇게 띄어 써야 맞춤법에 맞는다. 합성어도 전문용어도 아니고, 그냥 두 낱말이라는 얘기다. 선발투수·구원투수, 승리투수·패전투수는 올림말(사전 따위의 표제어)이건만. 이기는 경기 매듭짓는 '전문가'로 마무리 투수를 아무리 대접한들, 사전은 시큰둥하다. 이뿐인가. '홈경기'는 있어도 '원정경기'는 없다. 대신 '어웨이게임(=로드 게임)'이라는 영어가 표제어로 올라 있다. 그러니 '원정 경기'로 띄어 써야 한다.

합성어나 전문용어가 아니어서 알쏭달쏭한 띄어쓰기가 한둘이던가. 흔히 R&D라고 하는 '연구개발'을 사전에서는 여전히 볼 수 없다. 우리나라가 여기 돈 들이는 비율이 국내총생산 대비 세계 최상위권이라는데. 이렇게 '경제성장' 이루고 여러 나라와 '경제협력'도 하건만, '경제 발전'은 합성어도 전문용어도 아니었나 보다. 뜨악하게 '수납공간' 같은 말도 올림말이요, '왕따' '대박' '짝퉁'도 표제어 대접 받는 세상에. 그런가 하면 '회삿돈'은 어느새 합성어 지위에 올랐다. 이전에는 '회사 돈'으로 띄어 쓰던 것인데, 얼마나들 꿀꺽했으면.

붙여 써야 하고(합성어), 붙여 써도 되고(전문용어, 고유명사), 띄어 써야 하고…. 기준이 있으련만 영 헷갈린다. 혹시 야박한 ‘어문 정책’ 탓은 아닐까. 사전 하나 꾸미고 기우려면 돈도 품도 오죽 많이 들랴. 관심과 투자를 늘릴 때 ‘어문정책’ 하고 어엿한 올림말이 되지 싶다. ‘경제정책’ ‘외교정책’ ‘사회정책’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