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과연 해결 방법은 없을까.
지난주 잠실구장 원정 라커룸에 대한 한화 한용덕 감독의 작심발언이 화제가 됐다. 지난달 2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비 때문에 그라운드 정비로 경기 개시시간이 1시간10분이 지연됐는데 그 사이 한화 선수들은 무덥고 습한 덕아웃 주변에서 대기했다. 원정 라커룸이 협소한 탓에 제대로 쉬지 못한 것이다.
잠실구장의 원정 라커룸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잠실구장은 두산이 1루, LG가 3루 방면에 라커룸이 있다. 두산과 LG가 아닌 팀이 잠실 원정에 오면 3루 덕아웃 복도 옆에 위치한 라커룸과 식당을 쓰고 있지만 공간이 협소하다. 라커룸 내 천장도 낮고, 비스듬해 덩치 큰 선수들이 더 좁게 느낀다.
그래서 대부분 원정팀 선수들이 라커룸 바깥 복도에 장비들을 풀어놓는다. 이곳에서 상의와 스파이크를 갈아 신는 선수들도 있다. 지난 2012년 한화에서 뛴 메이저리그 17년 경력의 박찬호도 문화 충격을 받았다. 당시 그는 "잠실구장은 원정팀 선수들이 복도에 짐을 놓고 옷을 갈아입는다. 지나가는 상대 선수들과도 마주친다. 제대로 경기를 준비하기에 어려운 환경이다. 미국과 차이가 정말 크다. 원정팀에 배려가 없다"고 지적했다.
6년이 흘렀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전혀 없다. 한용덕 감독은 "속에서 천불이 난다"라는 표현으로 답답해했다. 한 감독은 "어느 누가 총대를 메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서 작심하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상징성 있는 잠실구장이 그렇게 열악해선 안 된다. 궁극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내가 선수로 뛰던 시절과 비교해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야구의 인프라 전도사인 허구연 MBC 야구해설위원은 "한용덕 감독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서울에 새 야구장을 짓는다고 해도 5년은 걸릴 것이다. 그 사이에 리모델링을 해서 원정 라커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홈플레이트 뒤쪽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제안했다. 홈플레이트 위치를 펜스 쪽으로 앞당기고, 남은 공간에 원정 라커룸을 늘리는 것이다.
허구연 위원은 "수원야구장이 그렇게 해서 라커룸과 트레이닝 시설 공간을 확장했다. 잠실구장도 방법이 없지 않다. 겨울 비시즌에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 시즌 개막에 맞출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KT의 1군 진입에 맞춰 재탄생한 수원 케이티위즈파크는 리모델링의 좋은 예로 손꼽히고 있다.
광주·고척·대구에 이어 내년에는 창원까지 새로운 야구장이 들어선다. 원정 라커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최고의 시나리오는 새 야구장을 짓는 것이지만, 여러 문제가 얽힌 잠실구장은 현실적으로 단기간 이뤄질 수 없다. 리모델링에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 KBO를 비롯해 야구계 전체가 합심을 하고, 머리를 맞대 서울시를 설득해야 할 문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