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아시안게임에 나설 남자 축구 대표팀은 초반 공격진의 공백을 피할 수 없다. 손흥민(토트넘)·황희찬(잘츠부르크) 등 러시아월드컵 대표 공격수들을 대회 개막 후까지도 제대로 가동할 수 없다. 한국은 12일 바레인, 15일 UAE(아랍에미리트)와 조별리그 1·2차전을 치르는데 황희찬은 10일, 손흥민은 13일 대표팀에 합류한다.
대표팀 첫 소집일인 31일 파주 NFC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김학범 감독은 그래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큰 걱정은 없다. 지금 자원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올해 K리그2(2부 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성' 나상호(22·광주FC)가 그 자신감의 근거다.
나상호는 키가 173㎝이다. 공격수치고 작은 편이다. 하지만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스피드에 다부진 몸매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드리블을 갖췄다. 결정력도 뛰어나다. 올 시즌 K리그2에서 11골로 리그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아직 팬들에겐 생소한 이름이지만 그는 광주FC 유스팀인 금호고 시절 한국 축구를 이끌 대형 유망주로 꼽혔다. 동갑이자 고교 시절 라이벌이었던 황희찬(당시 포항제철고)보다 결정력은 더 좋다는 평가였다.
고교 3학년 때인 2014년 K리그 주니어(유소년팀 리그)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득점왕과 MVP 2관왕에 올랐다. 2008년 시작한 K리그 주니어에서 단일 대회 2관왕을 기록한 건 나상호가 유일하다. 2014년 백록기 대회에서도 득점왕에 오르며 팀에 우승 트로피를 선물했다. 그를 키운 광주FC 외에도 여러 팀에서 탐낼 만한 재목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나상호는 고교 졸업 후 프로 대신 단국대 진학을 결정했다. 성인 무대에 연착륙하기 위해 약점부터 보완하기로 했다. 그는 대학 무대를 거치며 체격을 키우고 몸싸움을 익혔다. 많은 경기에 출전하며 꾸준히 경기 감각을 유지했다.
차분히 준비를 마친 그는 2017년 광주FC에 입단했고, 그해 8월 최강팀 전북 현대를 상대로 프로 데뷔 골을 신고했다. 올해는 물 만난 고기처럼 2부 리그 무대를 휩쓸고 있다.
나상호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 대회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연령별 월드컵 대회엔 나서지 못했다. 그는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된다"며 "정신적으로 잘 무장하겠다"고 말했다.
나상호가 제 역할을 해준다면 한국 공격진에도 숨통이 트인다. 김학범 감독은 "손흥민은 철인이 아니다. 합류 후에도 무리해서 투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베스트 11이 없는 만큼 (나상호 등) 모든 선수가 많은 시간을 뛰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나상호는 "1차전 바레인전을 하는 날(12일)이 내 생일"이라며 "경기에 나갈 확률이 커진 만큼 제대로 준비해 최상의 시나리오를 써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