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은애 기자] 래퍼 켄드릭 라마가 자신의 앨범명이자 투어명인 "DAMN"을 외쳤을 법한 폭염이었다. 여기에 두 번의 음향사고까지 이어지면서 팬들도, 무대 위의 켄드릭 라마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켄드릭 라마는 CD를 삼킨 듯한 라이브 실력으로 첫 내한공연을 압도했다. 이와 함께 그는 "I will be back"이라며 다음 내한공연까지 약속했다.

켄드릭 라마는 지난 30일 오후 8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4 KENDRICK LAMAR'를 개최했다. 이날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에는 2만여명의 관객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군중 속에선 국내 스타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첫 내한

지난해 4월 정규 4집 'DAMN.' 발매 이후 7월부터 월드투어를 펼쳐온 켄드릭 라마가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켄드릭 라마의 첫 내한공연 패션은 편안한 흰 티셔츠와 블랙 팬츠였다. 그가 'DAMN.' 수록곡 'DNA'를 부르며 나타나자 팬들은 뜨거운 열광을 보냈다.

켄드릭 라마는 "한국에 온 것은 처음이다. 오늘 밤 우리 함께 파티를 즐겨보자"라며 "너희 자신들을 위해 소리를 질러라"라고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사를 건넸다.

켄드릭 라마는 최근의 'DAMN.' 투어와 지난 29일 일본 후지룩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세트리스트와 거의 흡사한 공연을 꾸몄다. 힙합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SWIMMING POOLS', 국내에 '아링낑낑'으로 알려진 'BACKSEAT FREESTYLE'부터 빌보드 차트를 휩쓴 'HUMBLE' 'ALRIGHT' 'DNA' 'LOYALTY'까지 켄드릭 라마의 히트곡들이 연이어 펼쳐졌다.

#라이브(feat. 떼창) 

켄드릭 라마는 현존하는 래퍼 중 실력적인 면에서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켄드릭 라마만의 폭발적인 에너지, 때려박는 랩, 날카로운 딕션은 단숨에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으며 감탄을 자아냈다. 라이브 세션밴드와 어우러진 그만의 메시지는 한순간 한순간 놓칠 수 없었다.

이렇다보니 관객들의 반응도 날씨만큼이나 달아올랐다. 관객들은 "켄드릭" 이름을 연신 외치며 그의 열정적인 공연에 화답했다. 특히 켄드릭 라마가 'ALRIGHT'를 부르며 "Put Your Hands Up"이라고 외치자 팬들은 리듬에 맞춰 격렬하게 뛰었다. 또한 켄드릭 라마의 대표곡 ‘HUMBLE.’이 나오자 관객들은 "이연복!식당!"이라는 재치넘치는 떼창으로 대동단결했다.

#무대구성&음향사고

켄드릭 라마는 화려한 무대장치로도 정평이 나있는 뮤지션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대형 스크린에 흘러나오는 태양, 하늘, 바다, 불 등의 영상이 켄드릭 라마의 카리스마를 더했다. '갓드릭 라마'라는 수식어가 떠오를 만큼 흡사 신처럼 보이기도. 뿐만 아니라 켄드릭 라마가 쿵푸를 하는 영상 등이 중간 중간 삽입되며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하지만 뜻밖의 음향사고가 벌어지고야 말았다. 하필 'SWIMMING POOLS'과 'LOYALTY'를 부를 때 두 번이나 음향이 중단된 것이다. 켄드릭 라마는 애써 침착하게 대응하면서도 다소 흥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

#폭염&칼퇴근

이날 날씨 역시 공연을 돕지 못했다. 야외 스탠딩으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가마솥 더위'와 맞물리면서 관객들은 땀에 흠뻑 젖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많은 인파들 속에 온도가 올라가면서 공연장 곳곳에는 관객들이 지쳐쓰러져 있었다. 물론 이를 대비해 공연장에는 물, 구급차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 같은 무더위 탓일까. 켄드릭 라마의 첫 내한공연은 약 70분 만에 끝이 났다. 정해진 세트리스트대로 진행된 것이긴 하지만 첫 내한공연인만큼 앙코르 무대는 팬들의 기대포인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켄드릭 라마는 영화 '블랙팬서'의 주제곡 'ALL THE STARS'를 끝으로 무대를 내려갔다. 관객들은 앙코르를 계속 외쳤지만 세트리스트 이상의 무대는 없었다.

그럼에도 켄드릭 라마는 공연 중간 "I will be back"이라고 외쳤던 바. 관객들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음 공연을 기대하며 공연장을 떠났다.

한편 켄드릭 라마는 관중을 압도하는 퍼포먼스와 시대를 통찰하는 가사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힙합 뮤지션이다. 지금까지 발표한 4장의 정규 앨범으로 그래미상을 12차례 수상했으며, 지난 4월에는 힙합 뮤지션 최초로 언론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퓰리처상을 수상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misskim321@osen.co.kr

[사진] 현대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