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용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제공하는 지원금을 부정 수급해 온 중소기업 사장이 붙잡혔다. 직원을 구직자로 위장했다가 다시 채용해 고용촉진장려금을 타내고, 주부인 아내를 서류상 직원으로 채용해 출산·육아휴가 지원금을 챙겼다. 고용주와 직원이 짜고 보조금을 '불법 쇼핑'한 셈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6년여간 고용보험을 재원으로 하는 각종 정부 지원금 1억1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과 고용보험법 위반 등)로 서울의 안전교육 업체 대표 강모(41)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강씨는 2016년부터 직원 9명을 채용했다. 일은 했지만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회사 급여 계좌가 아닌 강씨 개인 계좌에서 월급을 받았다. 강씨는 이들을 고용노동부 구직자 지원 프로그램(취업성공패키지)에 등록시켰다.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사람을 3개월 이상 고용한 사업자에게 근로자 1인당 600만~900만원의 고용촉진장려금이 지급된다는 점을 노렸다. 강씨는 몇 달 후 이들을 정식 채용한 것처럼 서류를 제출해 8개월 동안 지원금 5595만원을 탔다.

강씨는 주부인 아내를 '서류상 직원'으로 등록해 월급을 지급했다. 실제로는 일하지 않았다. 아내가 자녀 2명을 출산할 때마다 고용부가 지급하는 출산 전후휴가·육아휴직 급여도 꼬박꼬박 챙겨 4년간 3066만원을 받아냈다. 아내가 출산·육아휴직을 떠났다고 신고한 강씨는 새로 직원을 채용한 것처럼 꾸며 출산육아기 고용안정지원금 1380만원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고용 지원금 4종을 쇼핑하다시피 한 것"이라고 했다.

고용보험 부정 수급액은 2013년 160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389억7700만원으로 증가했다. 고용보험을 재원으로 하는 지원금·장려금 종류가 30여 개로 많아지자 수법도 교묘해졌다. 지난 6월 경북 구미에서는 서로의 배우자를 고용한 것처럼 꾸며 출산육아기 고용안정지원금 등 7560만원을 타낸 거래처 사장들이 적발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사가 작정해서 모의한 뒤 지원금을 타내거나 브로커가 개입하는 사례도 많다"고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경기 지역에서 고용촉진지원금 등 6억여원을 빼돌린 사업주와 브로커 등 170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당시 브로커는 '수수료 20%를 떼주면 정부 지원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영세 사업체들에 접근했다. 67개 업체가 브로커의 꾐에 넘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이 간단한 서류 조작만으로 지급되는 등 허점이 많다"고 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조금 신청 단계에서부터 부정 수급 시도를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