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겹치기출연' 지적..."세상 좁은건지, 탁현민 기획 탁월한건지"
청와대 "과거 인연 다시 만나 추가된 사연 듣는 컨셉"
후보시절 문재인 대통령의 격려에도 불구하고 끝내 공무원 시험 도전에 실패한 청년과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재회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광화문 인근 한 호프집에서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행사에서 청년구직자들과 편의점, 음식점, 동네서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등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배모(27) 씨는 문 대통령에게 “그동안 공무원 준비 3년 했다”며 “지금은 제가 결과가 안 좋아서 그냥 고시 접고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학기에 복학한다. 더하면 시간만 잡아먹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배씨에게 “공백이 아깝겠다”고 위로하고 배씨가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을 물었다. 배 씨는 현재 요식업장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다.
이같은 보도가 나간뒤 네티즌들 사이에서 배씨가 지난해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제작・공개된 문 대통령의 홍보 영상에 등장했던 사실이 확산됐다.
당시 문 대통령과 동영상 미디어 업체 ‘딩고’는 대선을 앞두고 취업준비생을 격려하는 영상을 제작해 공개한 바 있다. 이 영상에는 노량진에서 군무원 시험을 준비중이던 배씨가 빨래방에서 문 대통령과 만난 뒤, 이후 두 사람이 소주를 마시며 대화하는 장면이 담겼다. 또 문 대통령이 배씨를 격려하면서 취업후 쓰라면서 넥타이를 선물하는 모습도 담겼다.
이같은 ‘겹치기 출연’은 청와대의 행사의 기획취지에 대한 설명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청와대는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자영업자와 청년구직자 등을 중심으로 최저임금인상 등 경제정책을 둘러싼 쓴소리도 들을 수 있도록 참석자를 섭외했고, 이들은 문 대통령이 이날 행사에 참석하는지는 모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어젯밤 호프집에서 만난 청년은 지난해 겨울 시장통에서 문 대통령과 소주잔을 기울인 그 청년이었다”며 “세상이 좁은 거냐, 아니면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기획력이 탁월한 거냐”라고 꼬집었다. 이어 “문 대통령께서 언제까지 이런 쇼통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가져가려고 하는 건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에 청와대는 27일 오전 뒤늦게 “작년 3월 노량진 빨래방에서 당시 대통령 후보이던 문 대통령과 만났던 군무원 준비생 배 씨는 의전비서관실에서 연락해 참석했다”며 “참석자중 배 씨만 이날 행사에 문 대통령이 온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량진에서 시험을 준비하다 경찰이 된 뒤 다시 만난 경찰관 사례처럼 대통령이 실생활 현장을 방문할 때 과거에 연을 맺은 사람을 다시 만나 추가된 사연과 현재 생활을 듣는 컨셉”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청와대 설명에 대해 ‘군색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취임후 공무원 채용 규모를 대거 늘렸는데도 불구하고, 대선 후보시절 직접 출근용 넥타이 선물까지 주면서 격려한 청년이 결국 시험을 포기했다는 것은 문 대통령에게는 아픈 사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행사 기획의 ‘달인’으로 불리는 의전비서관실의 탁현민 행정관이 보기 드물게 실수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