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 1483개 공공기관 해외출장지원 전수점검
"공직자 261명, 부당지원 받아 해외출장"
"부부동반출장 지원받은 부처, 항공권 받아온 공사 사례도"
"유관기관지원 해외출장 금지할 것"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이하 ‘청탁금지법’) 시행 후 유관 기관으로부터 부당하게 경비를 지원받아 해외출장을 다녀온 공직자 숫자가 261명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 중 96명은 자신이 감독할 책임이 있는 피감기관이나 산하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범정부점검단이 해외출장 지원 실태를 전수 점검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대상이 된 기간은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난 2016년 9월 28일부터 올해 4월 말까지 1년 7개월 동안이고, 조사대상 기관은 청탁금지법 및 공무원 행동강령 적용을 받는 중앙·지방자치단체·공기업 등 1483개 공공기관이다.
범정부점검단은 국민권익위 외에 기획재정부·교육부·행정안전부로 구성됐고, 조사는 지난 5월부터 시작돼 두 달간 이뤄졌다. 이 같은 조사는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국회와 정부의 갑질·외유성 해외출장 여부를 전수조사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온 것 등을 계기로 시작됐다. 당시는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으로 재직 중일 때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던 때다.
국민권익위는 이들 부당 지원 해외출장 사례가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 관계기관에 통보해 자세한 조사를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공직자에 대한 부당한 해외출장 지원은 모두 137건이었고, 이 가운데 피감·산하 기관이 감독기관 공직자의 출장에 비용을 댄 사례는 51건으로 파악됐고, 이들로부터 지원을 받은 공직자는 96명이었다.
이들 96명은 구체적으로 국회의원 38명, 보좌진 및 국회 입법조사관 16명, 지방의원 31명, 기타 상급기관 공직자 11명이다.
국민권익위가 공개한 사례를 보면 일부 국회의원은 피감기관인 A재단이 지원한 해외출장에서 단순한 교류협력 강화를 위한 관계자 면담 등의 행사를 소화했고, 시의원 10여명은 과학기술전시회를 단순 참관하면서 비용을 지원받았다.
공직자의 해외출장을 지원했다가 적발된 기관은 22곳으로 중앙부처 중 기획재정부, 통일부, 산림청 등이, 지자체 중에는 강원도 양구군, 전북 익산시, 경북 성주군, 경남 밀양시·산청군·함안군 등이 포함됐다.
공기업 중에는 재외동포재단, 한국감정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국제협력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안전재단,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서울주택도시공사,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이 적발됐다.
피감·산하기관이 아니지만 밀접한 직무 관련성이 있는 기관 및 단체의 지원으로 해외출장을 간 공직자는 165명이었다. 이들은 28개 기관에 각각 소속돼 있었고, 86차례에 걸쳐 지원을 받았다.
해외출장 지원을 받았다가 적발된 중앙부처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방부가 포함됐고, 공기업 중에는 건설근로자공제회, 그랜드코리아레저, 인천국제공항공사, 중소기업은행,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대구테크노파크, 공직 유관단체로는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한국광기술원 등이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 및 교육청 중에는 서울 광진구·서대문구, 대전시, 경기 과천시·부천시·안성시·여주시, 강원도, 강원 평창군, 충남 아산시, 전북 군산시, 전남 장흥군, 경북 영덕군, 경남 산청군, 경상북도교육청 (경산교육지원) 등이 포함됐다.
국민권익위는 이 같은 사례로 B부처는 위탁납품업체로부터 매년 관행적으로 공무원 부부동반 해외출장비를 지원받았고, C공사 공직자들은 민간항공사로부터 항공권을 받았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이런 적발 사례를 감독기관과 소속기관에 즉시 통보하고 위반사항이 최종적으로 확인되면 수사 의뢰나 징계 등의 제재를 하도록 했다.
또 위반 사례를 유형화해 청탁금지법 매뉴얼에 반영하고, 관련 법령을 정비하기로 했다. 국익을 위한 해외출장이라도 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인정하기로 하는 등 예외도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직무 관련이 있는 기관·단체로부터 지원받는 해외출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출장 목적과 관계없이 직원을 동행하는 일도 금지하기로 했다.
또 권익위는 외부 감사관이 참여하는 출장타당성심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기관 홈페이지에 출장계획서와 결과보고서를 공개하도록 하는 등의 투명성 제고 대책도 제시했다.
부당한 해외출장 지원이 적발될 경우 경영평가 및 부패방지 시책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
박 위원장은 이와 관련 “더는 부당한 해외출장 지원으로 논란이 벌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