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관명기자] 노래와 음악은 때와 장소에 따라 너무나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볼륨을 좀 키워도 되는 곳에서는 매클모어 앤 라이언 루이스의 ‘Can’t Hold Us‘가 아드레날린을 솟게 하고, 마음이 급할 때는 노라 존스의 ‘Those Sweet Words’가 좀 천천히 살라고 어루만져준다. 최근 담소네공방이라는 여성듀오의 ‘친구’라는 노래를 들었다. 지난해 12월에 나온 곡인데, 울림이 제법 크다.

함께여서 고맙고 이해해줘서 고마워 우리 같이한 시간 참 많은 일이 있었지 
돌아보면 우리는 비슷한 것 하나 없지만 이렇게 노래할 때 세상을 다 가진 듯해 
수많은 길이 있고 다른 하루를 살지만 철부지처럼 좋아하는 것을 해보자 
때로는 흔들리고 우울할 때도 있지만 서로 의지하며 오늘도 행복하자 
힘든 하루 끝에서 투정만 부리다가도 너의 눈을 볼 때면 뭔가 사라지는 것 같아 
오랜만에 만나서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친구라는 이름은 나를 가득하게 만들어
('친구' 부분)

‘함께여서 고맙고 이해해줘서 고마워’ 첫 대목부터 코끝이 싸하다. 순간, 머리를 스치는 김종삼 시인의 ‘묵화'(墨畵)라는 시. 고적하고 쓸쓸하고 무상해서, 아픈 시다.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담소네공방을 만났다. 김담소(빠른 94년생. 사진 오른쪽), 박연(95년생. 왼쪽), 올해 만 24세, 23세가 된 풋풋한 청춘들이다. 이런 이들이 어떻게 '친구' 같은 따뜻한 노래를 만들었을까. 지난 5월에 내놓은 정규 1집 '사랑오운 아띠'에도 좋은 곡들이 참 많다. 밀당의 아슬아슬한 심정을 그린 '그네', 한 템포 쉬어가자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음악사이트에서 인기가 높은 '봄을 닮은 그대' 등등. 박연의 보컬과 김담소의 피아노는 묘하게 닮았다.

= 반갑다. 1집 재킷을 보고 깜짝 놀랐다. 60년대말~70년대초 국내 LP를 보는 듯한, 너무나 레트로한 디자인이다. 

(김담소) “그동안 우리가 낸 앨범 재킷이 대부분 일러스트였다. 우리 얼굴이 엄청 못생긴 것도 아닌데 우리 얼굴로 해보자, 했다.”

(박연) “사진작가가 찍어준 사진 중에서 가장 예쁜 사진을 골랐다.”

#. 담소네공방 디스코그래피
= 2016년 12월8일 싱글 사람들은 왜
= 2017년 1월6일 싱글 잘지내길 바래요
= 2017년 2월14일 EP 첫번째 episode : 예쁜하루, 나에게 사랑이란, 사람들은 왜, 가을바람, 잘지내길 바래요
= 2017년 5월25일 싱글 내 앞에 있다
= 2017년 8월26일 싱글 반했나요
= 2017년 9월14일 싱글 산책
= 2017년 10월28일 싱글 그댄 정말 나빠요
= 2017년 11월19일 싱글 말
= 2017년 12월21일 싱글 친구
= 2018년 4월16일 싱글 봄을 닮은 그대
= 2018년 5월9일 1집 사랑오운 아띠 : Festival, 그네(타이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소녀의 이야기, 말할래요, 금방 갈 테니, 사랑을 해야 하는데, 봄을 닮은 그대, Dream

= 두 사람은 서울예대 동기로 알고 있다. 김담소씨가 빠른 94, 박소연씨가 95인데 어떻게 동기가 되나. 

(김담소) “제가 3수해서 서울예대 14학번이 됐다.”

= 각자 소개 부탁드린다. 

(박연) “노래를 배운 건 고2 때 학교 동아리에서였다. 물론 초등학교 때부터 노래를 좋아해 합창부도 하고 그랬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돌이켜보니 음악, 그 중에서도 노래였다.”

(김담소) “고2 때 사춘기가 심했는데 피아노를 치는 시간 만큼은 아무런 생각이 안들었다. 음악실에서 아무 멜로디나 치고 그랬다. 작곡은 모차르트나 베토벤만이 하는 줄 알았다. 그러다 대학에 실용음악과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집이 있던) 논산에서 서울로 일주일에 3번을 왔다갔다 하며 실용음악학원을 다녔다. 무궁화 기차를 하도 많이 타서 청소년 할인권까지 받았다(웃음).”

=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났나.

(김담소) “같은 14학번인데다 저희 학번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목소리가 (박)연이었다. 동영상을 보니 예쁘기도 하고. 게다가 성실하기까지 했다. 시간약속도 잘 지키고. 마침 그때가 학교 안에서만 할 게 아니라, 팀을 만들어 공연을 해가며 학교 밖 사람들에게 나를 알리고 싶었던 때였다. 이런 친구와 팀을 하면 스트레스는 없겠다 싶었다. 다행히 지금까지 너무 좋다(웃음).”

(박연) “작곡전공 공연을 가보면 언니 곡이 가장 좋았고 멋있었다. 1년 동안 친하게 지내다가 팀을 해보자고 연락을 주신 것은 2015년 5월 일이다. 저한테는 좋은 기회였다.”

#. 김담소는 서울예전 2학년 때인 2015년 자라섬 크리에이티브 뮤직캠프 최종 10인에 뽑혀, 2016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서 재즈 아일랜드 오프닝 공연에 참여했다.

= 팀이름 ‘담소네공방’은 ‘소소한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이런 뜻이다. 언제 지었나. 

(김담소) “사실 팀 이름을 먼저 지어넣고 연이한테 제안한 것이다. 기억하기 좋고, 검색해서 안나오고, 몇가지 기준이 있었다. 뭔가 따뜻해서 우리랑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굳이 영어로 지을 생각은 안했다.”

= 본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인가. 

(김담소) “아니다. 제 본명은 은지다. 은혜 은에 뜻 지. 담소네공방으로 팀 이름을 지은 다음에 연이한테 양해를 구하고 예명을 담소로 사용하고 있다. 맑을 담, 맑을 소.”

= 데뷔 과정이 궁금하다.

(박연) “실용음악과를 다니다보니 언니 전공교수님이 저희 노래를 들어보시고 함께 해보자고 하셨다. 그래서 교수님이 이용하던 녹음실에서 녹음을 했다. 지난해 8월 이전에 나온 곡들은 모두 교수님과 녹음실 대표님이랑 같이 만든 것들이다. 이후에는 온전히 우리가 작업했다.”

= 연차에 비해 싱글을 많이 냈다. 

(박연) “둘이서 하니까 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았다.”

(김담소) “정규 앨범 전에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는 나름 큰 그림을 그렸다(웃음). 사실, 싱글 말고는 달리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다행히 올해 페스티벌에도 초청되고 나쁘진 않았다.”

#. 이들은 올해 5월12~13일 뷰티풀 민트 라이프에 멜로망스, 마틴스미스, 웨터, 오왠 등과 함께 무대에 섰고, 오는 9월1~2일 난지한강공원에서 열리는 썸데이 페스티벌에도 첫날 볼빨간사춘기, 소란 등과 함께 무대에 선다.

= 올해 4월 싱글 ‘봄을 닮은 그대’ 음반발매 기념공연이 3초만에 매진됐다. 

(박연) “70석 매진이었다. 얼떨떨했다.”

= 28일에는 1집 발매기념 단독공연이 있다. ‘담공단공’, 발음이 어렵다(웃음).

(김담소) “지금까지는 어쿠스틱 공연이었지만 이번 단공은 풀 세션으로 꾸민다. 롤링홀이라 규모가 200석으로 꽤 크다. 멋진 공연이 되려면 사운드가 커야 할 것 같았다.”

(박연) “5월 뷰민라가 풀 세션으로 치러진 첫 공연이었다. 떨렸다.”

(김담소) “‘담공단공’ 준비는 저희가 다 하고 있다. 포스터도 제가 직접 만들었다. 합주도 열심히 하고 있다.”

= 서울예전 선배인 멜로망스 정동환씨랑은 친한가. 이번 1집에 참여했다.(정동환은 담소네공방 1집 수록곡 'Festival'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미디와 키보드를 연주했다.)

(김담소) “좋은 오빠다. 3월달에 나온 제 개인앨범(EP 따뜻한 앨범)에서도 스트링 편곡을 해주셨다.”

(박연)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분이다. 뭐를 여쭤보면 참 따뜻하게 답해주신다.”

= 이제 노래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해 12월에 나온 ‘친구’, 좋더라. 멜론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곡이더라.

(김담소) “주변 친한 친구들 생각이 났다. 그 친구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음악을 선물했다. 홈레코딩해서 음원을 보냈다. ‘아침에 듣고 울었다’며 공감을 많이 해줬다.”

= 1집에도 수록됐지만 4월에 나온 싱글 ‘봄을 닮은 그대’도 좋더라. 

(박연) “제가 쓴 곡인데, 쓴 지는 2년 전으로 좀 됐다. 고향(충남 계룡)에 벚꽃길이 있다. 부모님이랑도 가고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랑도 가고. 그 기분을 담았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봄날 만개한 꽃들을 보는 것이 최고로 행복했다.”

= ‘휙, 툭, 쓱, 픽’ 의성어, 의태어가 진짜 많이 나온다.

(박연) “상황을 묘사한 것이니까.”

(김담소) “코러스를 하는데 너무 헷갈리더라. 그래서 사자성어로 외웠다. 휙툭쓱픽(웃음).”

= 1집 제목은 ‘사랑오운 아띠’다. 무슨 뜻인가. 

(김담소) “순우리말로 정규 이름을 짓고 싶었다. ‘사랑옵다’는 사랑을 느낄 정도로 귀엽다, ‘아띠’는 친한 친구라는 듯이다. 사랑스러운 친구, 이런 뜻이다.”

(박연) “팬들이 저희랑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저희가 점점 닮아가는 것 같다. 성격은 반대다. 제 취미는 청바지 뜯어서 바느질하거나 혼자서 만화 캐릭터 그리는 것이다.”

(김담소) “저는 취미가 곡 쓰는 것이다. 빵집 찾아다니는 것도 좋아한다.”

= 1집에서 4곡을 함께 들어본다면?

(담소네공방) “그네, Festival, 집으로 돌아가는 길, 소녀의 이야기”

= ‘Festival’은 앨범을 여는 곡으로 손색이 없다. 어떻게 탄생했나. 

(김담소) “지난해 썸데이 페스티벌 오프닝 무대에 잠깐 섰다. 무대를 끝내고 다른 분들 공연을 보면서 다시 저 무대에 올라간다면 이런 노래를 하고 싶다, 생각했다.”

(박연) “들으면 기분이 굉장히 좋아지는 곡이다. 시작도 드럼으로 시작해서 사람 기분을 띄울 수 있다. 노래 구성은 단조롭지 않다.”

= ‘그네’가 타이틀곡이다. ‘그렇게 자꾸 나를 밀어내지 좀 말아요’, 이 대목이 귀에 꽂힌다. 지금 이 기타는 누가 쳤나. 

(김담소) “저희 곡에 기타를 쳐주던 문동훈이다. 이 앨범을 끝내고 군대에 갔다. 코러스도 같이 했다.”

= 곡 설명을 보탠다면?

(김담소) “’나 어릴 적 그네를 밀어주던 우리 아빠처럼’ 가사처럼, 아빠는 나를 그네에 태워 따뜻하게 밀어주는데, 밀당은 그네에 태워 팍 밀어낸다. 밀어내면 마음이 붕 뜬다. ‘저 사람이 왜 저러지?’ 이런 것. 한참 썸을 타는데 어느날 갑자기 연락이 안된다든지, 이런 느낌. 놀이터에서 그네가 있는 것을 보고 쓴 곡이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는 박연씨 목소리에서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난다.

(박연) “하하.”

(김담소) “이 곡은 정신없이 살다가 집에 가는 길에서야 떠오른 것들을 담았다.”

= ‘소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두 사람, 피아노와 보컬이 담백하게 닮았다. 

(담소네공방) “최고의 칭찬 같다.”

= 그런데 이 곡을 부르는 화자는 왠지 아픔이 있는 것 같다. 

(김담소) “위안부 할머니 소녀상을 보고 지은 곡이다.”

(박연) “일부러 곡 설명에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를 안썼다. 공연할 때는 설명한다.”

(김담소) “설명을 안해도 아는 분들이 계시더라. 음악은 힘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 참 잘 만들어진 앨범이다. 1집 소감은. 

(김담소) “이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

(박연) “작업 하는 동안 제 모든 것을 담았다.”

= 담소네공방은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들려줄 것인가.

(김담소) “흘러가는 대로, 나이에 맞는 경험이 들어가는 가사가 나올 것이다.”

(박연) “누군가의 귀에는 부족함이나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음악적으로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런 댓글을 봤다. ‘이 팀은 성장해가는 게 보인다’고. 부족한 부분은 계속 채울테니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김담소) “저희 공연을 보신 분들이 행복해하시는 것 같다. 삶에 지친 분들이 힐링하고 가셨으면 좋겠다.”

/ kimkwmy@naver.com
사진제공=미러볼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