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기를 베낀 호주는 국기를 바꿔야 한다."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총리 대행이 24일(현지 시각) 국영방송 TVNZ와의 인터뷰에서 호주가 뉴질랜드 국기를 따라했다며 한 말이다.
피터스 총리 대행은 방송에서 “우리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국기를 호주가 베꼈다”며 “그들(호주)은 국기를 바꾸고 우리가 먼저 이 국기를 사용했다는 점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터스 대행은 지난달 딸을 낳은 후 출산 휴가 중인 저신다 아던 총리 대신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1902년부터 공식적으로 현재 국기를 사용해 왔다. 호주 국기 도안은 1901년에 나왔지만, 공식적으로 사용된 것은 1954년부터다. 뉴질랜드 국기가 50년 이상 먼저 사용된 셈이다.
뉴질랜드와 호주 국기는 두 나라 국민이 아니면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비슷하다. 가장 큰 이유는 영국 국기 ‘유니언 잭’ 때문이다. 유니언 잭은 잉글랜드, 북아일랜드, 스코틀랜드 깃발을 조합해 만든 영국 국기인데,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고 현재 영국연방 소속인 두 나라의 국기 왼쪽 상단에는 유니언 잭이 그려져 있다.
양국 국기의 차이는 별의 색깔과 개수다. 뉴질랜드 국기에는 하얀 테두리 속 붉은 별 네 개가 그려져 있다. 호주 국기에는 하얀 별 6개가 그려져 있다.
별모양도 다르다. 뉴질랜드 국기의 오각별 모양 4개는 남십자성(남십자 자리에서 십자형을 이루는 네 개의 별)을 의미한다. 호주 국기의 별 6개는 1901년 호주 연방으로 통일되기 이전의 6개 지역을 의미한다. 6개 별 중 5개는 7각별, 나머지 1개는 5각별 모양이다.
두 나라의 국기가 워낙 닮아 국제 행사에서 양국 국기가 잘못 쓰인 경우도 있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때는 카누 슬라럼 메달 수여식에서 개최 측의 실수로 각각 2등, 3등이었던 뉴질랜드와 호주 국기가 뒤바뀌어 게양됐다. 지난해 11월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호주에 트위터로 메시지를 보내면서 뉴질랜드 국기를 사용하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뉴질랜드는 2016년 국기 변경을 위한 국민투표를 했다. 호주 국기와 비슷해 혼동을 일으키고 유니언 잭 문양이 식민시대를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국민투표에서 현 국기를 유지하는 쪽으로 결정됐다.
피터스 총리 대행이 이번에 호주 국기를 트집 잡은 것은 최근 호주가 뉴질랜드 국민을 추방하면서 양국 관계가 나빠진 것과 관련 있다. 호주 정부는 범죄 기소 이력이 있는 뉴질랜드인을 뉴질랜드로 추방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