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보라 기자] 영화 ‘신과 함께’(감독 김용화,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덱스터 스튜디오)에서 염라대왕 역을 소화한 배우 이정재가 시리즈 처음으로 인터뷰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1편의 개봉을 앞뒀을 때는 홍보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2편의 개봉을 앞둔 시점에는 많은 사랑을 보내준 관객들의 사랑에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기꺼이 참여한 것이다.

이정재는 25일 오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제가 인터뷰를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부끄럽게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염라대왕 캐릭터는 저승 삼차사나 성주신, 원귀 수홍에 비해 분량이 많지 않다.

출연 분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 어느 관객이 보더라도 염라대왕의 등장은 가히 압도적이다. 국내 영화에서는 예상할 수도, 보기도 힘들었던 충격적 비주얼과 카리스마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정재는 “‘염라언니’ 캐릭터를 하면서 배우로서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내가 이런 역할까지 하나?’ 싶었다(웃음)”라며 “사실 왕 캐릭터는 (사극이 많아)기회가 주어진다면 할 수 있겠지만 염라캐릭터는 기다린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재미이자 영광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과 함께’ 3~4편에서 염라 캐릭터가 제게 주어진다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 듯하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저 역시 염라대왕이라는 캐릭터에 고정관념이 있었지만, 제작사의 설득에 넘어 갔다(웃음). 저와 캐릭터의 나이대가 안 맞을 거 같다는 생각도 했지만 ‘어떻게 하면 고정적 이미지를 깰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고 본인만의 캐릭터 해석 과정을 전했다.

8월 1일 개봉하는 ‘신과 함께2-인과 연’은 환생이 약속된 마지막 49번째 재판을 앞둔 저승 삼차사(하정우 김향기 주지훈)가 그들의 천 년 전 과거를 기억하는 성주신(마동석 분)을 만나 이승과 저승, 과거를 넘나들며 잃어버린 비밀의 연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1편이 저승삼차사가 귀인이 된 자홍(차태편 분)의 7개 지옥재판을 거치면서 환생을 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면, 2편은 저승 삼차사가 천 년 전 자신들의 과거와 둘러싼 비밀을 찾아가는 전개가 큰 축을 이룬다. 염라대왕의 반전 과거도 존재해 전편을 봤던 관객이라면 기대해도 좋을 법하다.

이정재는 “언론배급시사회를 마치고 제작진, 출연 배우들과 다 같이 식사를 했다. 카메라 감독님이 ‘1편과 색깔이 많이 다르다’고 하더라. 저 역시 눈에 띌 정도로 꼼꼼하게 작업했다”며 “(천 년 전 과거 장면에는)렌즈 자체가 달랐다. 제작진이 그런 부분까지 계산해서 찍었고 덱스터 스튜디오에서 훌륭한 CG를 구현했다. 사운드 디자인부터 배경음악, 사운드가 전반적으로 다 좋다”고 극찬했다.

이정재는 “사실 염라대왕은 특별출연이라기보다 조연이다. 김용화 감독님이 저를 데려다 놓고 조연이라는 말을 쓰기 싫어서 ‘특별출연’ ‘우정출연’이라는 말을 쓰신 거 같다. 감독의 배려”라며 “외국에서는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재미있게 작업하지 않나. 저는 그런 부분이 부러웠다. 한국영화에서도 좋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좋은 배우들이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랐다. 롤 크기를 따지지 않고 영화의 재미만 놓고 모일 수 있었던 거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SBS 드라마 ‘공룡선생’(1993)으로 데뷔한 이정재의 첫 영화는 이듬해 개봉한 ‘젊은 남자’(1994). 그의 외모에는 여전히 20대 시절의 ‘잘생김’이 묻어 있지만 어느 덧 햇수로 데뷔 26년 차에 접어들었다.

‘에어시티’(2007), ‘모래시계’(1995) 등 드라마만 9편, ‘신과 함께1·2’ ‘인천상륙작전’ ‘암살’ ‘관상’ ‘신세계’ ‘도둑들’ ‘하녀’ 등 영화는 32편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과 소통했다.

이정재는 “이제 제가 영화계 선배구나 싶다. ‘아 이제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 ‘이젠 내가 선배의 역할을 해야 하는 구나’ 싶다. 그래서 그런지 후배들의 부탁에 거절을 못 하겠다”며 “영화계 선배로서 ‘이런 역할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무언의 압박감도 받았다(웃음). 후배들의 부탁엔 거절을 하지 못하겠다. 무언가 해줘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한국 영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셨던 선배님들 덕분에 ‘신과 함께’ 프로젝트도 진행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정재와 정우성은 2016년 5월 19일 연예 기획사 아티스트컴퍼니를 설립했다. 두 배우가 의기투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시 화제를 불러 모았다. 현재는 정원중, 김의성, 신정근, 염정아, 배성우, 하정우, 이솜, 박소담 등 다수의 배우들이 소속돼 있다.

“배우의 마음은 배우가 더 잘 안다. 배우가 주축이 돼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좀 더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회사를 하게 됐다.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처음의 생각이 퇴색되지 않고 순수하게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웃음)”/ purplish@osen.co.kr

[사진]아티스트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