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관명기자] 밴드 로로스의 리더 도재명과 재즈 피아니스트 이선지가 만났다. 지난 겨울 콜라보 작업에 매진, 지난 17일 ‘A True Travel’이라는 미니앨범을 냈다. 3곡은 이선지가 쓰고 2곡은 도재명이 썼다. 노래는 도재명이 오롯이 다 했고, 피아노 반주는 이선지가 맡았다. 두 사람의 이전 음악들과는 전혀 다른 촉감의 5곡이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3시의 인디살롱]에서 이들을 만났다. 왠지 학과장과 제자 느낌이 폴폴 났던 이들과의 인터뷰, 스타트.

= 반갑다. 두 사람 이력을 찾아보니 2015년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접점이 생긴다. 이선지씨는 4집 ‘국경의 밤’으로 최우수 재즈음반상, 도재명씨는 로로스 2집 ‘W.A.N.D.Y’로 최우수 모던록음반상과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했다. 

(이선지) “시상식에 갔었는데 로로스라는 밴드 이름은 알고 있었다.”

(도재명) “나이 차이가 나니까. 저는 83년생이고. 누나는...”

#. 이선지 디스코그래피

= 2008년 1집 The Swimmer
= 2010년 2집 Summer Ends
= 2012년 3집 Soar
= 2014년 4집 The Night Of The Border(국경의 밤)
= 2015년 콜라보 5집 Folksongs with 장진주
= 2018년 4월6일 6집 Song Of April

#. 도재명(로로스) 디스코그래피

= 2008년 1집 Pax
= 2014년 2집 W.A.N.D.Y
= 2017년 솔로 1집 토성의 영향 아래

= 그러면 어떻게 알게 돼 앨범까지 냈나. 

(이선지) “지난해 서울숲 재즈페스티벌에 초청됐는데, 주최측에서 다른 보컬리스트와 함께 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 그래서 다른 분야 뮤지션을 찾다가 우연히 듣게 된 재명 음악이 마음에 들었다. 사람이 촉이라는 게 있는 거니까(웃음).”

= 어떻게 ‘우연히’ 듣게 되었나. 

(이선지) “제 친한 재즈 친구가 우연히 언급했다. 로로스 얘기도 했었고. (2017년 3월에 나온 솔로 1집 ‘토성의 영향 아래’) 솔로 앨범을 들어보니 마음에 들어 도재명네 회사에 먼저 제의를 했다.”

(도재명) “재즈 피아니스트 이선지씨로부터 섭외가 왔다고 해서, 그것도 노래만 해야 한다고 해서 당황했다. 제 음악을 들어보셨다고도 했다. 그래서 만나 뵙고 얘기해보자, 그랬다. 재즈는 말로, 웅산 정도만 알고 있던 상황이라 누나 영상을 다 찾아봤다.”

(이선지) “처음 만나는 날, 재명의 음악이 너무 어두워서 ‘다크’할 줄로만 알았는데 어린 소년이 나오더라(웃음).”

(도재명) “사무실에서 봤는데 딱 교수님 포스시더라. 친구 같은 교수님이 아니라 학과장 같은 포스. 처음에는 제자와 스승 이런 느낌이었고, 이후 친해지면서 누나라고 부르게 됐다.”

= 그렇게 해서 도재명씨가 이선지씨의 숲공연 무대에 오르게 됐다. 미니앨범은 언제부터 함께 하기로 했나.

(이선지) “숲공연이 끝나고 도재명네 회사에서 EP를 해보자고 했다. 하지만 EP가 뚝딱 나오는 것도 아니고, 한두 곡 합주해보다가 더 보태서 내보자고 답했다. 본격 준비한 것은 지난해 12월, 올 1월, 겨울이다. 곡 색채감 때문에 기타가 필요해서 재명측에서 홍갑을 데리고 왔다.(이번 앨범에는 도재명(보컬), 이선지(피아노 오르간) 외에 홍갑(기타), 그리고 이선지 트리오 멤버인 이준삼(일렉베이스), 신승규(드럼)가 참여했다)”

= 작업과정은 어땠나. 서로 마음에 들었나. 

(이선지) “제가 국악과 콜라보 공연은 때때로 해왔고 가요 세션 연주는 자주 했지만, 이번처럼 제가 주도해서 앨범을 낸 것은 처음이다. 서로 작업 스타일이 달라 흥미로웠다.”

(도재명) “밴드 생활을 오래 했는데 곡 만드는 방식은 주로 입으로 전달하는 식이다. 밴드끼리 함께 머무는 시간도 많았고. 그런데 이번에는 연주자들이 다 바빠서 빨리빨리 작업을 해야 했다. 따라서 악보가 필수불가결했는데 악보를 만드는 게 너무 힘들었다. 손으로 쓰자니 어렵고, 프로그램을 다운 받는 일도 쩔쩔맸다. 이걸 누나가 다 해주셨다.”

(이선지) “선택에 후회가 들었다(웃음). 화가 많이 났었다. (밴드 작업방식이) 저는 이해불가였다. 저는 악보가 있어야 하고 기본적인 멜로디가 있어야 진행이 된다. 더욱이 학교(호원대)에 있다보니 착착 준비가 안되면 화가 난다. 그런데 재명이 성격도 느리고 말도 느리더라. 된다는 건지, 안된다는 건지. 남자친구라면 화 많이 나겠더라(웃음).”

(도재명) “노래만 부르는 입장에서 합주실에 들어가니 낯설더라. 지금까지는 건반 앞에 앉아 곡을 치면서 떠오른 것을 다른 멤버들에게 연주해보라고 해왔는데, 건반이 사라지고 그냥 앉아 있으니까 기분이 묘했다.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잃어버렸다. 제가 피아니스트는 아니지만 건반에 많이 의존을 했었구나 싶더라.”

(이선지) “노래가 메인이 되는 것이니까 (연주와 노래를) 따로 녹음했는데 믹싱 과정에서 들어보니 잘 나오겠구나 믿음이 생겼다. 엔지니어 분(오혜석)이 재명의 사운드 방향을 잘 알고 있어서 디렉션을 잘 주더라.”

(도재명) “장르와 사운드를 떠나서, 누군가의 곡에 제가 오롯이 노래를 부르는 경험을 해봤다는 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 앨범이 나온 것을 보니까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다.”

(이선지) “본능적으로 듣기에 5곡 다 좋았다.”

(도재명) “누가 댓글을 달았다. ‘솔로 1집에 수록된 곡 듣다가 사랑 노래 부르는 도재명씨 보니 이상하다’고. 저도 이상하다(웃음).”

= 앨범명은 ‘A True Travel’이고, 이 곡은 5번 트랙에 수록됐다. 그러나 CD에서만 들을 수 있다. 왜 이렇게 됐나.

(도재명) “‘A True Travel’은 터키 나짐 히크메트(1902~1963) 시인의 시 제목이다. 영어가사도 원시 그대로 가져왔다. 그런데 처음에는 저작권이 작가 사후 50년으로 알고 있었는데, 2013년 7월부터 EU와 FTA를 맺으면서 사후 70년으로 늘어났다. 시인이 망명한 러시아도 70년이다. 시인의 삶이 워낙 파란만장한데다 가족생사도 불분명해 저작료를 지불할 대상이 없더라. 그래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음원에서는 내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 그 시를 읽어봤는데, 울림이 참 묵직하더라. 특히, 마지막 ‘어느 길로 가야할지 더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이 대목. 

(도재명) “존 버거(John Berger)의 책을 읽다가 그 시가 잠깐 인용됐는데 문장이 너무 멋있었다. 노래로 꼭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 1번트랙 ‘우리’부터 들어보자. 이 곡은 도재명씨가 작사작곡했다. 맨 마지막에 ‘아프지 말아요 우리’로 끝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도재명) “아버지가 로로스 2집 작업 때 암으로 입원하셨다. 그런데 지난해 봄에 재발해서 다시 입원하셨다. 병원을 나와 일산 집으로 귀가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병원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많은 사람들을 응원해주고 싶어서 이 곡을 쓰게 됐다. 남 같지가 않더라. 각자 집에 가면 아픔이 있겠다 싶었다.”

(이선지) “재명이가 아버지 이야기를 안했는데, 가사나 멜로디에서 그런 느낌은 있었다. 만들어온 백그라운드 피아노도 좋았고. 밴드 사운드가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 다음은 ‘우리’와 함께와 더블 타이틀곡인 ‘이 노래가’다. 이 곡은 이선지씨가 만들었다. 

#. '이 노래가' 가사 = 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 저 멀리서 아득하게 불어오는 바람처럼 내 맘을 달래주고 흰 눈에 비치이던 햇살처럼 시린 공기에 퍼져나가던 따뜻한 말들처럼 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 이 노래가 빛이 되면 좋겠어  이 노래가 바람이 되면 좋겠어 이 노래가 꽃이 되면 좋겠어 I wish this song to be a light I wish this song to be a breeze I wish this song to be a flower

(이선지) “‘시린 공기에 퍼져나가던 따뜻한 말들’은 짐 자무쉬 감독의 ‘패터슨’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성냥에 관한 묘사를 떠올리며 썼다. 이 노래가 기분 좋게, 가벼운 북돋음처럼 들렸으면 좋겠다.”

= ‘더딘시간’은 왠지 화자의 절박한 심정이 느껴진다. 

(이선지) “가지고 싶은 것에 욕심을 낼 때가 있다. 화자가 뮤지션이나 아티스트라고 생각하면 금방 와닿을 것 같다. 저 역시 음악을 하면서 초조해하고, 내 현실과 안맞게 욕심을 낼 때가 있었다.”

(도재명) “처음에는 이 곡을 이승열 선배가 부르면 멋있겠다고 생각했다.”(이승열은 2015년 3월에 나온 로로스 싱글 ‘Time’에서 피처링을 맡았다)

(이선지) “재명이 이승열 흉내내려는 것을 그 엔지니어 분이 딱 저지하시더라(웃음). 재명에게 요구했다. ‘마초적으로 부르려고 하는데, 너에게서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다’라고. 이 곡은 피아노가 2대 나와야 해서 재명이 피아노 백킹을 했다. 공연에서도 이렇게 할 것이다.”

= 앨범발매 기념 공연이 잡혔다고 들었다. 

(이선지) “7월29일 오후3시 서울음악창작소에서 앨범 발매 쇼케이스, 9월1일 오후7시 홍대 벨로주에서 단독공연이 있다.”

= ‘혼잣말’을 들으면서 딸 생각을 많이 했다. 

(이선지) “딸이어도 되고 피아노여도 된다.”

(도재명)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주앙 질베르토가 생각났다. 엔지니어 형도 행복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노래를 부르더라. 가장 좋은 기억을 끄집어내며 노래를 불렀는데도 마치 실연당한 사람처럼 부른다고 하더라(웃음). 일상에서 그렇게 어두운 편이 아닌데... 어쨌든 가장 밝은 버전이 앨범에 실렸다.”

= 앞으로 또 콜라보 앨범을 낼 것인가. 

(이선지) “많은 분들이 원하면 나올 것이다.”

(도재명) “CD 팔리는 것 봐서(웃음).”

= 각자 계획을 들어보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자. 

(도재명) “선지 누나랑 9월1일 공연 끝나고, 광주비엔날레에 초청된 안정주 미술작가의 작품에서 음악을 맡는다. 개인 곡작업은 계속 하고 있다. 아, 9월4일에는 안정주 작가, 전소정 미술작가, 김유석 영상감독과 함께 ‘검은 밤’이라는 앨범을 발표한다. 제가 드럼을 치고, 김유석 감독이 베이스, 안정주 작가가 기타, 전소정 작가가 아코디언을 연주한다. 프로젝트 밴드다.”

(이선지) “4월에 개인 앨범 나온 게 있어서 (그 앨범에 함께 한) 스트링 체임버 앙상블 공연이 몇 개 있다. 또 다양한 규모로 재즈 트리오를 하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곡을 쓰고 있다. 10월에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 참여한다(이선지 체임버 앙상블).”

/ kimkwmy@naver.com
사진제공=미러볼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