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높은 정기 진월에 솟아~."

넥타이를 푼 중년 남성들은 관중석에서 일어나 목청껏 교가(校歌)를 부르고, 교복 입은 학생들은 단상 위에서 춤을 췄다. 23일 서울 목동야구장에는 15년 만에 고교야구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동성고 재학생과 동문 400여 명이 어우러진 축제가 펼쳐졌다. 재학생 60여 명, 교사 40여 명은 이날 광주에서 버스를 타고 와 원정 응원을 벌였다. 동문들은 생업을 뒤로하고 경기장을 찾았다. 동성고 동문회 조성윤(58) 사무총장은 "무더위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후배들을 당장 업어주고 싶다.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23일 광주에서 버스를 타고 올라온 광주동성고 학생들이 교가를 부르며 열광적인 응원을 하고 있다.

62년 전통의 광주동성고 야구부는 이순철·장채근·양현종·한기주 등 한국 야구 대표 스타들을 배출해 온 야구 명문이다. 광주상고 시절인 1956년 창단해 광주일고와 광주 지역 고교 야구를 대표했다. 2001년 학교명이 광주동성고로 바뀌었다.

광주동성고 동문들의 야구 사랑은 유명하다. 야구 동문 선배들의 든든한 뒷바라지가 36년째 이어지고 있다. 1982년 결성된 '동성고 야구동문회'는 매년 12월 둘째 주 토요일 모교에서 '야구 대제전'을 연다. 선후배들이 모여 친선 경기를 갖고 프로 선수들이 후배들에게 맞춤형 야구 과외를 해주는 시간이다. 야구동문회는 매년 회비 약 3000만원을 모아 후배들의 동계훈련 비용, 야구용품 등을 지원한다.

광주동성고 출신 KIA 투수 양현종이 후배들을 위해 작년에 기증한 선수단 버스. 양현종의 사진과 함께‘거침없이 가자’란 구호가 적혀 있다.

광주동성고 출신인 KIA 좌완 투수 양현종은 작년 7월 야구부 후배들을 위해 1억7000만원 상당의 대형 버스를 기증하기도 했다. 야구부 꿈나무들을 위한 장학금도 생겼다. 동성고 동문 모임인 '무궁화 포럼' 회원 150여 명은 야구부 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해 별도의 장학금을 마련했다. 이 모임은 청룡기 최우수선수로 뽑힌 김기훈(3학년)에게 매달 100만원씩 장학금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