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에 여행왔는데, 여기가 더 시원한 것 같아요" (52세 주부)
"아프리카보다 더 덥다고 하는데, 진짜 그런거 아닌가요?" (22세 대학생)
1994년보다 더 무서운 ‘극강 더위’가 찾아오자, ‘세상에서 한국이 제일 더운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쏟아지고 있다. 여름휴가를 다녀온 이들이 ‘동남아가 덜 덥다’는 ‘간증(?)’을 쏟아내면서, 한국의 무더위가 세계 수준으로는 대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먼저 한국과 1, 2 시간 시차인 주변국 날씨를 구글을 통해 알아봤다. 한낮 38도인 서울 날씨는 여름더위로 ‘끗발’ 날리는 대만의 32도, 그 자체로 여름의 도시인 방콕 33도, 자카르타 33도, 라오스 33도, 하노이 33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동남아의 여름 날씨도 20일부터 시작된 한국의 이례적 더위에는 ‘족탈불급(足脫不及)’ 인 셈이다. 일본 도쿄의 경우 최저기온 27도, 최고기온 36도로 우리나라와 엇비슷했다.
한국의 날씨는 심지어 ‘더위의 대륙’이라고 불리는 아프리카보다 더 더웠다. 적도 부근 아프리카 대륙 대부분 나라가 지금이 일년 중 기온이 가장 낮은 때이기 때문이다. 22일 오후 4시 기준 서울의 온도는 38도였다. 같은 시각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카메룬 야운데시 21도 △나이지리아 아부자 21도 △소말리아 모가디슈 26도 △우간다 캄팔라 22도 등 주요 국가의 수도들의 온도는 우리나라보다 시원했다.
그래도 아프리카인데, 혹시 시차 때문은 아닐까? 우리와 최대 8시간 이상 시차가 나는 아프리카 대륙이 달아오르기 전에 기온이라 낮은 것은 아닐까? 하지만 구글 예보에 따르면, 카메룬,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우간다 모두 낮 최고기온은 24~28도 수준으로 예상돼 우리나라보다 시원했다.
물론 우리나라가 지구에서 가장 펄펄 끓는 나라는 아니다. 우리보다 더운 나라도 수두룩하다. 최고기온을 기준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는 42도까지 오를 예정이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와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는 각각 41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더운 이유는 티베트 상공에서 형성된 뜨거운 공기 때문이다. 기상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올해 티베트 상공이 평년보다 빨리 뜨거워져 북태평양 고기압이 빠르게 확장하면서 한반도에서 장마가 빨리 끝나고,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덮쳤다고 설명한다. 이 지역이 ‘뜨거운 공기’의 출발점이라고, 티베트가 무더운 것은 아니다. 위도가 높고 주로 고산지대인 티베트 라싸의 22일 현재 기온은 21도, 최저 기온은 11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