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올 시즌 만루 악몽에 시달렸다. 20일 기준 팀 만루 상황 타율은 2할4푼2리에 그쳤다. 절호의 기회를 놓친 아쉬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삼성은 20일 대구 한화전에서도 만루 찬스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0-1로 아쉽게 패했다.

'맏형' 박한이(외야수)가 만루 악몽의 마침표를 찍었다. 박한이는 21일 대구 한화전서 3-3으로 맞선 9회 2사 만루서 끝내기 안타를 날렸다. 최근 하향세를 보였던 그는 결정적인 순간 베테랑의 힘을 증명했다. 3-3으로 맞선 삼성의 9회말 공격. 선두 타자 손주인은 1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고 이원석은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고 했던가. 다린 러프가 볼넷을 고르고 김헌곤이 상대 실책에 편승해 출루에 성공했다. 그리고 강민호가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얻었다. 2사 만루. 타석에는 박한이. 한화 6번째 투수 김범수의 4구째를 때려 중전 안타로 연결시켰다. 3루 주자 김성훈은 여유있게 홈인. 삼성은 한화를 4-3으로 꺾고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끝내기 안타를 때린 박한이의 눈시울은 붉어 있었다. 그는 "난 울지 않았다. 이건 눈물이 아닌 땀"이라고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를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박한이는 "(강)민호의 최근 페이스가 상승세를 타는 반면 나는 하락세라 민호가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솔직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게 기회가 와서 끝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된 박한이는 김한수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감독님의 조언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 타격 자세대로 쳤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노스텝으로 쳐보라고 권하셨다. 공도 잘 보이고 좋았다. 덕분에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게 박한이의 말이다.

박한이 또한 올 시즌 만루 상황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4타수 무안타. 삼진만 두 차례 당했다. 그는 "타격감이 좋을때 만루 상황만 되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오늘로서 만루 징크스를 깬 것 같은 느낌"이라고 씩 웃었다.

삼성의 5강 진출을 향한 희망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에 박한이는 "이기고자 하는 선수들의 열망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그 마음이 더 크게 와닿고 그 기운을 받아 안타를 친 것 같다. 이 분위기라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