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사립 어린이집에서 생후 11개월 된 남자 아이가 숨졌다. 이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김모(여·59)씨가 몸으로 깔고 눌러 질식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 동두천에서 김모(4)양이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7시간 동안 방치됐다가 숨진 지 하루 만이다. 김양의 발인식은 19일 동두천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딸의 작은 관을 바라보던 김양의 부모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느냐"며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어린이집의 관리 부주의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주의한 일부 교사와 찜통 통학차 때문에 어린이가 숨지는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다.

19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화곡동 보육교사 김씨는 11개월 남아를 엎드리게 한 뒤 이불을 덮고 위에서 온몸으로 눌렀다. 몸무게 60㎏인 김씨는 8㎏ 정도인 아이를 더 세게 누르려고 다리를 들어 올리기도 했다. 19일 오전 부검의는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낮잠 시간에 잠을 자지 않아 재우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작년 7월까지 어린이집 등원 후 사망한 어린이는 55명에 달한다. 사고 패턴도 거의 같다.

지난 17일 김모양이 타고 있다 숨진 경기도 동두천 어린이집의 통원 차량. 숨진 김양은 9인승 차량 맨 뒷좌석에서 안전띠를 맨 채 7시간가량 폭염에 방치됐다.

2016년 충북 제천에서 발생한 어린이집 영아 사망 사고는 화곡동 사고의 판박이다. 당시 보육교사는 엎드려 누운 최모(당시 3세)군을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어씌운 뒤 13분간 팔과 다리로 눌러 질식사하게 했다. 이 교사 역시 "아이를 재우려 했다"고 했다. 2009년 서울 문래동의 어린이집에선 생후 5개월 된 영아를 엎드려 재우고 1시간 방치해 숨지게 했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장은 "아이가 잠을 잘 안 자거나 밥을 잘 안 먹는 것은 당연한데, 교사가 못 견디고 화를 내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찜통이 된 통학차량에 갇혀 사망하는 사고도 최근 20년 새 2~3년 간격으로 잇따라 발생했다. 매번 인솔자가 아이들의 승하차 유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아 벌어졌다. 학부모들은 "이래서 어떻게 아이를 믿고 맡기겠느냐"며 불안해한다.

지난 2016년 7월 광주광역시 한 유치원 통학버스에 7시간 넘게 방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최모(당시 4세)군은 만 2년째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눈을 깜빡이는 등 무의식적인 움직임 외에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코에는 인공호흡기, 목에는 음식물 공급 튜브를 착용한 채 병상에 누워 있다. 19일 아버지 최모(45)씨는 동두천 아이 사망 소식에 "우리 아이 사고 때와 똑같이 인솔자의 부주의로 똑같은 사고가 일어났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또 "사고 후 이런저런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달라진 것이 없다"며 "지금은 반짝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말로만 떠들고 실천하지 않으면 결국 모두 헛일"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폭염 찜통차에서 어린이가 갇혀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잇따르자 2012년 인솔 교사가 어린이 전원의 등·하원 시간을 의무 기록하는 안전 강화 조치를 내놨다. 그러나 광주 최군의 경우에서 보듯 실효성이 없었다. 일지 기록이 형식적인 데다, 일지를 안 쓰더라도 시정명령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동두천 어린이집도 올해 지자체 점검에서 일지 작성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정됐다.

전문가들은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안전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허억 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 교수는 "실제 사고 사례를 중심으로 안전 교육을 해야 한다"며 "현재는 이런 부분에 대한 교사들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프로그램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아동 관리를 소홀히 한 어린이집과 보육교사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아동에게 중대한 신체 또는 정신적 손해를 입힌 경우 지자체는 어린이집 폐쇄나 영업정지(6개월~1년)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명확한 판단 기준이 없어, 대부분 해당 교사가 자격정지 처분을 받는 것으로 끝난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자던 중 사망하더라도 시설 폐쇄 조치가 취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보육교사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어 교사들에게 중형이 선고되는 일도 적다. 2009년 서울 문래동 보육교사의 경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으나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시설 폐쇄 등 처벌을 받고도 '꼼수' 운영을 계속하기도 한다. 2014년 서울 관악구의 한 어린이집은 11개월 된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씌워 엎드려 재우다 숨지게 한 혐의로 폐업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몇 달 뒤 같은 자리에서 이름만 바꿔 달고 버젓이 운영을 재개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2012년 6세 여아를 강당에 가둬놓고 방치해 숨진 사건이 있었던 서울 창동의 유치원은 원장이 상호를 바꾸고 다른 사람을 원장으로 내세워 사실상 운영을 계속 했다"며 "처벌이 약한 데다 그마저도 피해갈 수 있어 사고가 계속된다"고 했다.

의식 불명인 광주 최군이 다니던 유치원은 최근 유치원 폐쇄명령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유치원을 폐쇄하면 어린이집 원장이 큰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된다고 판결 이유를 들었다. 또 원생과 학부모가 전학하면 피해가 크다고 했다. 당시 유치원 버스 기사, 주임교사, 인솔교사 등이 아동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처해진 형은 금고 4개월이었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유치원을 폐쇄할 수 있도록 강력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화곡동 어린이집처럼 어린이를 질식시켜 사망한 경우 교사에게 중형을 내린다. 작년 5월 미국 메릴랜드주(州)에서는 8개월 된 영아를 낮잠 재우기 위해 머리끝까지 담요로 덮고 베개로 얼굴을 누르고 때린 보육교사를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며 "어른들의 주의 의무를 법에 강하게 못 박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