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해외여행을 갈 때 공항에 무거운 수하물을 들고 갈 필요가 없어진다. 집에서 택배를 보내듯 공항으로 수하물을 부치면 공항 도착 이후 탑승하는 항공기 화물칸에 실리는 '자택 수하물 위탁 서비스'가 이르면 내년 중 도입된다. 무거운 수하물에서 해방되면 공항을 오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에서 자택 수하물 위탁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곧 제주공항 측과 시범 사업을 벌인 뒤 다른 항공사로도 확대할 수 있을지 검토할 것"이라고 15일 밝혔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국가정보원 등 보안 기관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미 인천공항은 택배 회사 등과 서비스 도입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인천공항에 별도 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이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안 기관 협의만 끝나면 이른 시일 내에 이 서비스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공항은 각종 기술을 활용해 더 편리한 공항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공항' 사업의 하나로 이 서비스를 마련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일본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와 영국항공(BA) 등은 자택 수하물 위탁 서비스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택배를 보내는 것과 절차가 비슷하기 때문에 이 서비스가 일단 도입되면 이용객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집에서 인터넷·모바일 체크인을 한 뒤 택배 회사 직원을 부르면 이 직원이 수하물 태그(tag·꼬리표)를 발급해 여행 가방 등 수하물에 부착한다.

이후 이 수하물이 공항으로 이동하는 과정 등에서 누군가 수하물 안에 위험물을 넣는 것을 막기 위해 '보안 봉인지'가 수하물 겉면에 부착된다. 보안 봉인지가 파손되지 않으면 운송 중에 여행 가방 등 수하물이 열리지 않았다는 일종의 '증명'이 되는 것이다. 택배 회사 차량에 실려 공항 터미널에 도착한 수하물은 다시 보안 검사와 분류 과정 등을 거쳐 항공기 화물칸에 실리게 된다.

수하물 무게와 운송 거리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현재 국내 택배 요금을 고려하면 이 서비스 이용 요금은 1만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앞으로 이 서비스를 도입하면 무거운 수하물을 가지고 공항까지 이동해야 하는 불편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거운 짐이 없기 때문에 공항에 올 때 자동차 대신 공항철도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공항 이용객이 인천공항에 올 때 자동차를 이용한 비율은 36.9%로 버스(47.5%) 다음으로 높았다. 향후에는 도착 후 수하물을 집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도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수하물을 직접 들고 이동하는 일이 아예 없어지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는 "공항 도착 후 발권 카운터에 가지 않고 바로 출국 절차를 진행하면 되기 때문에 자택 수하물 위탁 서비스 도입으로 성수기 공항 시설 혼잡 등도 완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인천공항은 공항 밖의 장소에 차를 잠시 세우고 수하물을 부칠 수 있는 '드라이브스루 백드롭' 서비스도 오는 2023년부터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경제성 검토 등을 거쳐 2020~2022년에는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시설 설치 등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 서비스가 도입되면 터미널 내 혼잡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인천공항공사 측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