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처음으로 영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反) 트럼프 시위대 때문에 런던에 오기 싫었다고 12일(현지 시각)밝혔다. 이미 런던 곳곳에서 트럼프의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대는 13일 의회 광장에서 트럼프를 조롱하는 대형 ‘아기 트럼프’ 풍선을 띄울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현지 언론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시위 때 아기 트럼프 풍선이 등장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나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그래서 아주 짧은 시간 런던에 머무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기 트럼프 풍선은 알몸에 기저귀를 차고 화난 얼굴을 한 채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묘사했다. 시민운동가, 야당인 노동당 의원, 노동단체 등으로 구성된 ‘트럼프를 멈춰라(Stop Trump) 연대가 1만6000파운드(약 2000만원)을 모아 제작했다. 무슬림이자 대표적인 반트럼프 인사로 알려진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의회 광장에 풍선 띄우는 것을 허용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런던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곧바로 스코틀랜드로 떠날 예정이지만, 시위대는 아기 트럼프 풍선을 들고 스코틀랜드까지 따라갈 계획이다. 취임 후 처음으로 영국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인파로부터 환영을 받기보다는 “고양이와 쥐처럼 쫓고 쫓기는 게임을 치러야 할 형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영국 내 반트럼프 정서와 최근 일어난 테러 공격의 원인으로 칸 시장을 지목하며 그를 향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트럼프는 칸 시장이 테러 방지를 위해 “형편없는 일”만 해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런던 외곽의 한적한 총리 별장인 체커스에서 테레사 메이 총리와 회담한 뒤 아내 멜라니아 트럼프와 함께 윈저성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티타임을 할 예정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 내외는 주말 동안 스코틀랜드에서 골프 라운딩을 하기 위해 13일 출발한다. 헬리콥터를 이용해 현장을 오가며 런던에 있는 시간을 최소화해 시위대와 되도록 마주치지 않을 계획이다. 그러나 시위대는 스코틀랜드에서도 아기 트럼프 풍선을 띄우겠다고 밝혀, 이를 저지하려는 스코틀랜드 경찰과 무력 충돌이 예상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예정된 영국 방문을 한달 남기고 취소한 바 있다. 그는 트윗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때 짓기로 한 대사관 개관식에 참석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댔지만,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가 반트럼프 시위대를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