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1시쯤. 부산 강서구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앞 진입로. 검은색 BMW 세단이 질주했다. "역시 좋네." 운전자 정모(35)씨는 차의 성능에 감탄하고 있었다. 정씨는 급격히 꺾이는 코너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동승자 2명이 "어, 어, 코너 조심, 스톱,스톱" 다급하게 외쳤다.

정씨의 BMW가 들이받은 김씨의 택시.

코너를 지난 청사 진입로 갓길에서는 택시기사 김모(48)씨가 손님의 짐을 내려주고 있었다. 김씨가 트렁크에서 가방을 꺼내 뒤를 돌아보는 찰나. 정씨의 BMW가 김씨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BMW는 방향을 잃고 택시와 충돌했다. BMW 앞유리에 축구공 크기만한 구멍이 뚫릴 정도로 강한 충격이었다. 인도에서 서 있던 승객은 처참한 광경에 놀라 움직이지 못했다.

11일 자동차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이 사고 장면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 2건이 올라왔다. 하나는 가해 차량인 BMW에서 촬영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김씨의 택시 앞에 정차해 있던 차량의 후면 영상이었다.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 "평생 운전대를 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사고를 낸 BMW 운전자를 비난하는 댓글이 수백개 달렸다.

사고를 목격했다고 한 네티즌은 댓글에서 "BMW가 커브 길에서 '미쳤다'고 생각될 정도로 빨리 달려와 들이받았고, 택시기사님은 4∼5차례 회전하며 튕겼다"고 했다.

택시기사 김씨는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치고,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심정지까지 발생해 공항구급대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뒤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이날까지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가해자 정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가 난 곳이 시속 40km 속도 제한이 있는 도로"라며 "사고 당시 운행 속도가 파악되는 대로 정씨를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BMW의 운행 속도를 밝혀내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영상 감식을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