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봉양읍 한 마을 진입로에는 마을 뒤편에서 운영되는 '누드펜션'을 규탄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충북 제천에서 ‘누드 펜션’을 운영해 음란행위를 알선·제공한 혐의(풍속영업규제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나체주의’라는 이름의 동호회 회장 김모(51)씨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청주지법 제천지원 형사2단독 하성우 판사는 최근 “김씨가 경제적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숙박업을 했다고 볼 수 없다”며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문제의 누드 펜션은 ‘나체주의’를 표방하는 동호회 회원들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정기·비정기 모임을 가졌던 곳이다. 김씨 아내 소유의 이 펜션은 제천시 봉양읍 한 산골 마을에 주민들의 거주지에서 불과 100~200m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동호회 회원들은 펜션에서 알몸으로 바베큐 파티를 하거나 캠프파이어·일광욕·배드민턴·물놀이 등을 즐겼다고 한다.

주민들은 마을 곳곳에 펜션 철거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집회를 여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누드 펜션이 농촌 마을의 정서와 어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마을 이미지도 나빠진다는 이유였다.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자유와 방종은 구별해야 한다’, ‘자유를 주장하려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 등의 목소리도 나왔다.

반면 동호회 회원들은 존중받아야 할 개인 취향이고, 사유지 내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경찰도 사유지에서 이뤄진 활동이기 때문에 마땅한 규제를 하지 못했다. 공연음란죄를 적용하려 했지만 펜션이 마을에서 떨어진 산골짜기에 있어 처벌하기가 쉽지 않았다.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한 마을에는 마을 뒤편에서 운영되는 '누드펜션'을 규탄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그러던 중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8월 문제의 누드펜션은 미신고 숙박업소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았고, 제천시는 이를 바탕으로 펜션을 폐쇄하라고 명령했다. 복지부는 “누드 펜션은 숙박업소처럼 누구든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고, 숙박료처럼 가입비와 연회비만 내면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숙박업소가 맞는다”라고 했다. 당시 김씨는 회원들로부터 가입비 10만원과 연회비 24만원 등을 걷어 누드펜션 동호회 모임을 가져왔다. 김씨는 폐쇄명령에 따라 지난해 펜션 영업을 중단하고 건물을 팔아 처분했다.

이어 검찰은 김씨에 대해 ‘신고 없이 숙박업소를 운영한 혐의(공중위생관리법 위반)’와 ‘숙박업소를 운영하며 음란행위를 알선·제공한 혐의(풍속영업규제법 위반)’를 적용해 기소했다. 김씨는 법정에서 “영리 목적으로 영업하지 않았다. 설령 숙박업이라고 해도 (동호회 활동은) 음란행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누드펜션은 숙박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검찰의 기소는 숙박업을 전제로 이뤄졌기 때문에 김씨 등이 음란행위를 했는지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하 판사는 “연회비 납부와 김씨 펜션에서의 숙박 사이에는 일정한 관계가 있지만 회비 계좌 내역 등을 확인한 결과 김씨가 경제적 이익을 취득했거나 취득하고자 했던 점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이어 “회비 일부를 개인 계좌로 옮긴 것은 동호회 운영비를 김씨가 개인 자금으로 우선 쓰고 나중에 돌려받는 경우였다”고 했다. 회비는 김씨 개인에게 귀속되지 않고, 홈페이지 관리와 펜션 유지·보수, 파라솔과 생필품 구입 등에 쓰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번 재판 결과에 불복해 지난달 27일 항소했다. 김씨의 2심은 청주지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