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2억5000만원을 훔쳐간 용의자는 ‘인테리어 아저씨’였다.
지난 2일 청주 흥덕경찰서에 “도둑이 든 것 같다. 현금 2억5000만원이 한 번에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피해자는 충북 청주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여성 박모(58)씨. 박씨는 평소 모아둔 돈을 5만원권으로 바꿔서 식당 카운터 근처 접이식 침대 밑에 감춰두고 있었다. 위치를 아는 사람은 박씨 본인과 딸 김모(33)씨 둘 뿐이었다.
수사에 착수한 흥덕경찰서 강력팀은 지난해 11월 박씨의 식당 리모델링 공사를 맡은 인테리어 업자 이 모(38)씨를 의심했다. 가게 내부구조에 훤한 유일한 외부인이었기 때문이다.
모녀와 이웃사촌 지간인 이씨는 리모델링 공사를 계기로 박씨 모녀와 가까워졌다. 현금이 사라진 날 가게 CCTV를 분석하던 경찰은 가게 뒷문 문고리를 부수고 침입한 이씨가 침대 밑의 현금을 쓸어 밖으로 나가는 장면을 확보했다.
이후 ‘CCTV’ 추적이 시작됐다. 이씨가 범행 직후 자신의 차량을 타고 150km가량 떨어진 경기 부천시로 이동한 정황이 나왔다. 경찰은 도로 곳곳에 설치된 CCTV를 시간대별로 확인, 그가 부천의 12평(42m²)짜리 주상복합 오피스텔에 은신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건발생 사흘 만인 지난 4일 오후 11시 30분, 경찰이 오피스텔에 들이닥쳤다. “으악!” 깜짝 놀란 이씨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이씨는 지난해 박씨 식당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가게 내부의 CCTV를 자신의 스마트폰으로도 확인할 수 있도록 수를 부렸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CCTV영상을 통해 박씨 모녀가 평소 현금을 접이식 침대 밑에 보관한다는 사실을 안 것 같다”고 말했다.
범인은 잡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사라진 현금뭉치를 찾아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경찰은 체포 당시 이씨 가방에서 현금 3000만원을 압수했다. 하지만 방 안을 샅샅이 뒤져도 잔금 2억2000만원이 발견되지 않았다. 용의자 이씨는 ‘묵비권’을 행사하는 상황. 경찰은 이씨가 은신처로 택한 부천 오피스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다.
이민우 흥덕서 강력계장은 이씨의 본업(本業)이 인테리어 업자라는 데 주목했다. 현금을 감춰두기 위해 건물 내부에 일종의 ‘공사’를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형사들은 12평 남짓한 오피스텔에 박힌 나사못을 모두 풀었다. 조명시설, 배전반도 모두 뜯어봤다. 압수수색을 시작한 지 1시간 째, 화장실 천장을 열어 젖히니 5만원권 지폐뭉치가 무더기로 나왔다. 비닐봉투 등으로 포장된 35개 뭉치로, 모두 1억7000여만원이었다. 발견된 5만원 뭉치는 박카스 종이박스 네 곳에 모두 밀어 넣어도 넘칠 정도였다고 한다.
경찰은 이렇게 수습한 절도 피해금 2억300만 원은 압수물 확인절차가 끝난 뒤 A 씨에게 돌려줄 예정이다.
경찰은 현재 이씨를 구속하고 나머지 3000만원의 은닉처에 대해서 추궁하고 있다. 2000만원은 오피스텔 전세계약금 등으로 이미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박씨 모녀가 돈을 준 것이지 훔치지 않았다”면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침대 밑에서 현금을 가져가는 CCTV장면이 찍혔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아니라고 발뺌하고만 있다. 수사하는 입장에서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