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속죄성 자살문화 영향 사형제 존속의견 많아
아베 집권 이후 26명 처형
韓, 국제 흐름과 사회격리에 무게... 신중한 입장

아사하라 쇼코

1995년 일본 전역을 공포로 몰아 넣은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 사건'이 23년 만에 아사하라 쇼코(본명 마쓰모토 지즈오·63) 옴진리교 교주의 사형 집행으로 막을 내렸다.
일본 법무성은 지난 5일 아사하라 쇼코 등 7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고 6일 밝혔다.
앞서 작년 7월 일본에서는 주점을 운영하는 여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된 니시카와 마사카쓰(61) 등 2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아베 신조의 두번째 내각이 출범한 2012년 12월 이후 형이 집행된 사형수는 26명이다.

국제연합(UN)은 사형제 폐지를 인류 공통의 관심사로 규정하고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왜 사형 집행을 고수하고 있는 걸까.

①사형 집행 고수하는 日...'속죄성 자살문화' 영향
일본은 1946년 헌법을 공포하고 최고재판소가 생긴 이래 1948년 처음으로 사형 집행을 했다. 이후 2010년까지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은 760명이며 이 중 632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2010년 이후부터는 100여 명의 사형확정 대기자를 관리하고, 매년 3~4명을 사형집행한다. 집권당에 따라서 사형 집행 규모는 달라지지만, 여전히 사형이 실제 집행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일본 특유의 ‘속죄성 자살문화’를 사형제 존속의 배경으로 보고있다. ‘죽어서라도 죄를 갚는다’는 의식과 문화가 그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사형집행에 대한 국민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고, 사형제에 대한 지지율도 높다. 일본 정부와 현지 언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형제에 찬성하는 비율은 2000년대 이후 80%를 유지하고 있다. 유엔인권위원회는 일본에 사형 제도를 폐지할 것을 권고했으나 2008년 일본 정부는 거절했다.

사형선고를 받은 피고가 항소하지 않고 사형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쇄살인마 야마지 유키오(2009년), 어린이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고바야시 가오루(2013년) 등은 사형 선고를 받은 후, 항소하지 않았다.

조선DB

②사형 양형기준 구체적인 일본
일본의 사형 기준은 매우 구체적이다. 연쇄살인범 등 흉악사건 발생을 계기로 일본최고재판소가 명확한 기준을 세웠다. 1968년 미군 숙소에서 몰래 훔친 권총으로 4명을 쏴 죽인 연쇄살인마 '나가야마 노리오 사건'이 계기가 됐다. 그는 1979년 도쿄 지방재판소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1981년 고등재판소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받았다. 교도소에서 복역하며 독학으로 작가가 된 그는 일본 수필 '무지의 눈물' 등을 발표해 유명 작가가 됐고, 인세는 모두 피해자 유족에게 전달했다. 이것이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사유였다. 하지만 1990년 최고재판소는 다시 그에게 사형을 확정했고 1997년 결국 집행됐다.
1990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일명 '나가야마 기준'을 발표, 양형 기준을 밝혔다. 4명 이상 살해한 경우 무조건 사형 2~3명을 살해하면 사형 선고가 원칙이지만 정상참작 사유가 있다면 양형에 고려 1명을 살해했을 경우, 반드시 사형을 선고해야 할 명백한 가중사유가 없으면 무기 혹은 징역 10년 이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일본은 교수형 방식으로 사형을 집행한다.

③사형제도만 있는 韓… 21년째 집행은 '無'
우리나라의 경우 법률적으로는 '사형제 존치국가'다. 작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처럼 법률상 사형제도가 있는 나라는 57개국, 폐지한 국가는 141개국이다. 우리나라는 21년 째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10년 이상 집행을 하지 않으면 이렇게 분류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군인 4명을 포함해 65명이 사형 확정 판결을 받았고 모두 6개월이 넘었지만, 사형 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마지막 사형 집행은 지난 1997년 12월 30일, 지존파 등을 포함, 23명에 대한 집행이었다. 건국 이래 998명이 사형됐다.

현재 우리나라 양형 기준을 보면, 가장 흉악한 형태의 살인에 대한 가중사유도 ‘무기징역 이상’이 권고되고 있다. 일본과는 다르게, 사형선고에 대해서 신중한 편이다. 3명 이상을 잔혹하게 살해한 연쇄살인범이나 피해자가 다수의 아동일 경우, ‘묻지마 살인’ 등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형 선고’가 나온다. 하급심 법원에서 사형선고가 돼도 감형되는 경우도 많다. 지난 2월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어금니 아빠’ 이영학(36)씨도 1심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씨는 “사형은 과하다”며 감형해 달라는 취지로 항소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씨가 지난 2009년 2월 화성시 한 골프장에서 암매장 현장 검증을 하고 있다. 강씨는 사형선고를 받은 상태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집행하지 않고 있다.

④사형제를 바라보는 국민여론vs정부 입장
사형제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은 '존치론'이 우세하지만, 점차 '폐지론'쪽으로 기우는 추세다. 지난해 11월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사형제 존치와 집행에 찬성하는 응답이 52.8%였고, '유지하되 집행은 반대'가 32.6%, '제도 자체를 폐지' 의견이 9.6%였다. 생명을 거두는 행위에 대해서는 절반 가량이 반대하는 것이다. 앞서 2015년에는 존치 65.2%, 폐지 23.2%였다.

역대 정부는 수시로 사형제 폐지를 추진해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UN 권고 등 국제적 흐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대중 정부는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사형수 9명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했고, 노무현 정부 때도 6명을 특사로 감형했다. 수차례 사형제 폐지 움직임을 보였지만 반대 여론에 막혔다. 이명박 정부는 사형 집행을 찬성하는 입장이었고, 박근혜 정부는 국제적 이미지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형제 폐지론자’다. 대통령 후보 시절 사형제 존치를 묻는 질문에 “사형제가 억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많은 나라들이 이를 폐지했다”며 폐지론자 손을 들어줬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교활한 살인범은 체포되더라도 자기는 죽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경우 범행에 대한 주저함도 없을 것”이라며 사형제 존치론자에 가까웠지만, 지난해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는 “인권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점진적 논의를 진행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폐지론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