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결국 현실화됐다. 6일 오후 1시가 되면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발효된다. 중국이 선제공격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정대로 대중국 관세를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먼저 방아쇠를 당겼다. 최악의 경우 1조달러(1118조원)가 넘는 무역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6일 오후 1시 미국의 첫 대중국 관세 발효

미국은 워싱턴 DC 현지시간 6일 0시 1분(한국시간 6일 오후 1시 1분)부터 340억달러(38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오늘 밤 12시 발효되는) 340억달러뿐 아니라 2주뒤 160억달러(18조원), 이후 2000억달러(234조원)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중국산 제품 5000억달러 이상 규모에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5일(현지 시각) 대중 관세발효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미·중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중국도 비슷한 수준의 관세로 맞불을 놓기로 했지만, 선제공격에 나서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양측 모두 6일로 관세 부과를 예고한 만큼 시차를 고려하면 중국이 먼저 행동에 나서는 상황이 될 것이란 보도가 나왔지만, 중국 국무원 관세위원회는 “우리는 절대로 선수를 치지 않는다”며 “미국보다 먼저 관세를 매기지 않겠다”고 공식 부인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늦어도 이날 오후 맞불 관세 부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양국은 3차례 고위급 무역 협상을 가졌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정부가 관세 영향이 실제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시장이 반응하면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당국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의 미국 시장 영향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고 전했다.

◇ 미·중 추가 관세부과, 1조달러 넘을 것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수입 철강·알루미늄, 태양광 패널, 세탁기 등에 고율관세를 물렸지만, 이번 관세 폭탄 투하는 양국의 끊임없는 보복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더 클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관세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양국 간 최대 6000억달러(671조원) 규모의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1조달러(1118조원)를 넘는 규모의 세계적인 무역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국이 추가 관세 부과를 위해 각각 500억달러 규모의 품목 리스트를 준비한 상태인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중국이 보복관세를 천명하자 2000억달러 규모의 상품에 관세 10%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뒤 다시 200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여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로 언급한 4000억달러에 대한 보복관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세계 무역전쟁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2조달러(2236조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투자은행 UBS는 “이번 1차 관세 부과는 양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큰 충격을 주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관세전쟁 규모가 커질 경우엔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한국, 미·중 수출입 비중 62.1%…전세계 6위

이 가운데 한국은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받는 상위 10개국 중 6위에 올랐다.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경제분석기관 ‘픽셋에셋매니지먼트’가 미·중 수출입 규모의 특정국 내 경제 비중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62.1%로 나타났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한국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자제품, 자동차, 철강제품, 선박 등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가 대표적인 교역국”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여파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나라는 교역의존도가 높은 룩셈부르크(70.8%)로 파악됐다. 2위는 반도체, 컴퓨터 등을 주로 수출하는 대만(67.6%)이 꼽혔다. 이어 슬로바키아(67.3%), 헝가리(65.1%), 체코(64.7%) 순서로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받는다고 집계됐다. 싱가포르(61.6%), 말레이시아(60.4%), 아이슬란드(59.3%), 아일랜드(59.2%)는 7~10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