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장마철이면 유난히 부침개가 생각난다. 저기압이라 기름 냄새가 높게 멀리 퍼지지 않고 낮게 깔려 후각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으슬으슬한 날씨 때문에 뜨겁고 기름진 음식이 먹고 싶어진다고도 한다. 지글지글 기름에 지지는 소리가 빗소리와 흡사해 무의식적으로 부침개가 연상돼 먹고 싶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오코노미야키는 일본에서 비가 내리건 해가 쨍쨍하건 상관없이 즐겨 먹는 일본식 부침개다.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먼저 오코노미야키에 들어갈 부재료를 준비한다. 양배추(2~3장)와 양파(조금)를 얇게 썰어서 찬물에 헹궈 꼭 짠다. 새우(8마리)와 오징어(1/2마리), 베이컨(2~3줄)이나 삼겹살(1줄)은 굵게 다진다. 쪽파(5~6대)는 송송 썬다. 오코노미(お好み)는 일본어로 '원하는 대로' '좋아하는 대로' '취향대로'란 뜻이니, 좋아하거나 구하기 쉬운 재료는 넣고 싫어하거나 없는 재료는 안 넣으면 그만이다. 단, 양배추는 오코노미야키 맛의 핵심이니 빼면 안 된다. 새우는 생새우를 사다가 데치고 대가리와 껍질을 제거한 뒤 사용하면 가장 좋지만 번거롭다. 마트에서 파는 냉동 칵테일 새우를 사다가 썼는데, 정성이 부족하다고 하면 할 말 없지만 훨씬 편하고 저렴했다.
이제 반죽을 만든다. 달걀(1개)에 물(1/4컵)을 섞는다. 이 달걀 물에 곱게 간 산마(50g)와 부침가루(1컵), 튀김가루(1/4컵)를 고루 섞는다. 산마를 넣으면 더 부드럽고 촉촉하지만 안 넣어도 대세에 지장은 없다. 이 반죽에 준비해둔 부재료를 넣고 고루 섞는다. 한국 부침개도 마찬가지지만, 반죽은 부재료가 하나로 엉길 정도로 양을 최소화해야 완성된 오코노미야키가 느끼하지 않다.
프라이팬을 뜨겁게 달구고 식용유를 넉넉히 두른 뒤 반죽을 도톰하게 올린다. 중간불로 줄이고 뚜껑을 덮어 7~8분 익힌다. 오코노미야키 맛의 핵심은 부드럽고 달큰한 양배추와 촉촉한 반죽이기 때문에 뚜껑을 덮고 충분히 시간을 두고 익혀서 양배추가 충분히 익으면서 전체적으로 촉촉하게 수분을 유지하도록 조리하는 게 중요하다.
아랫면이 노릇해질 정도로 충분히 익었다면 이제 뒤집을 차례다. 오코노미야키는 한국 부침개보다 두꺼운 데다 부재료가 많이 들어가 뒤집기가 훨씬 어렵다. 부스러지거나 쪼개지기 십상이니 조심해야 한다. 뒤집개 2개를 사용하길 권한다. 뒤집개를 하나씩 양손에 쥐고 오코노미야키 아래로 밀어 넣은 다음 신중하되 단호하게 뒤집는다. 실패하더라도 오코노미야키 윗면에 소스를 발라 부서진 부분이 보이지 않을 테니 너무 낙심할 필요는 없다. 뒤집은 오코노미야키는 다시 7~8분 익힌다.
오코노미야키는 지졌다고 끝이 아니다. 소스를 발라줘야 한다. 오코노미야키는 소스 맛으로 먹는다고 할 만큼 소스가 중요하다. 다시 뒤집개 2개를 사용해 오코노미야키를 접시로 옮긴다. 짭짤하고 달콤한 오코노미야키 소스를 넉넉하게 바른다. 돈가스 소스로 대체해도 무방하다. 파래가루를 고루 뿌린 뒤 고소한 마요네즈를 지그재그로 뿌린다. 여기에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를 듬뿍 얹으면 화룡점정. 오코노미야키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얇은 가쓰오부시가 춤추듯 흔들리는 모습이 식욕을 자극한다. 자세한 요리법은 조선닷컴 동영상 참고.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