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아이보다 남편을 먼저 챙긴다.' '부부 싸움을 할 땐 과거 이야기를 모두 꺼내며 말하지 않는다.'
난 몇 점짜리 아내일까. 네이버 카페 '아빠학교' 교장 권오진(58)씨가 최근 '좋은 아내 진단표'를 만들었다. 지난달 본지에 소개된 '좋은 남편 진단표'〈본지 6월 7일 자 A28면〉에 이어 좋은 아내가 가져야 할 덕목들을 살펴보는 체크리스트를 만든 것이다. 15가지 항목을 보면서 '확실히 그렇다'면 5점, '그렇다'면 4점, '약간 그렇다'면 3점, '그렇지 않은 편이다'면 2점, '그렇지 않다'면 1점을 적어 넣는다. 1번부터 15번까지 쓴 점수를 합산해보면 내가 몇 점짜리 아내인지 알 수 있다.
◇'내조의 여왕'보다… 친구 같은 아내가 최고
좋은 아내 진단표엔 '남편과 친한 친구와 같은 사이로 지낸다' '남편과의 동반 외출을 좋아한다' 등의 항목이 있다. 권씨는 "옛날엔 자식 잘 챙기고, 남편이 집안 걱정 없이 바깥일을 잘하도록 돕는 '내조의 여왕'이 좋은 아내 기준이었다면, 요새는 세월이 지나도 남편을 친한 친구 대하듯 해주는 아내가 좋은 아내"라고 말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로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면서 좋은 아내상도 변했다는 것이다. 집안일에 참여하는 남편이 늘어난 만큼 '남편이 청소를 마치면, 잔소리거리가 있어도 칭찬을 먼저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권씨는 "남자는 나이가 들면 속 얘기할 친구도 줄어드는데 연애할 때 '베스트프렌드'였던 아내와 소원해지면 더 외롭고 속상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정에서 기죽어 사는 남편들에 대한 배려도 돋보였다. 지난달 권씨의 '좋은 남편 진단표'가 소개된 본지 기사에는 "좋은 아내 점검표는 없나" "시월드(시댁) 혐오하면서 처갓집은 잘 챙겨줘야 좋은 남편이라니 점점 이기주의가 판친다"는 댓글에 수천 명이 공감을 표했다.
권씨는 "남편들로부터 '세상이 달라졌다. 아내에게 기죽어 사는 남편들이 천지다'라는 항의가 빗발쳤다"며 "부부가 서로 배려하고, 소통하고, 공감할 때 비로소 화목한 가정을 이룬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좋은 아내 진단표를 만들었다"고 했다. '남편의 승진, 소득, 성격, 선물 등을 이웃과 비교하지 않는다' 등 항목도 이런 차원에서 넣었다.
◇좋은 아빠 되게 아내가 도와야
권씨는 '남편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은 아내의 덕목으로 꼽았다. 남편의 육아 참여가 예전보다 늘긴 했지만, 아직 아내의 육아 부담이 큰 것이 현실이다. 권씨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며 관련 책을 사고, 강의를 듣는 아빠들이 많아졌지만 내가 아무리 애써도 아내만큼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하겠다며 고민하는 남편들이 많다"고 했다. 남편이 적극적으로 육아를 하고 싶어 해도, 아내만큼 잘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내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권씨는 진단표에 '자녀 양육과 훈육을 공동으로 한다' '내 아이를 자기 주도적으로 키우려고 하는 편이다'는 항목을 넣었다.
"부부가 공동 육아를 하는 것은 꼭 아내의 육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뿐 아니라, 남편이 아이에게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남편보다 공감 능력이 좋은 아내들이 육아에 서툰 남편이 아이와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일방적인 양육관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죠."
총점이 70점 이상이면 가정의 행복을 만들고 지혜로운 '금상첨화형 아내', 60점대면 남편에게 공감과 배려를 잘하는 '간담상조(肝膽相照)형 아내'다. "점수가 낮을수록 양보와 배려가 부족한 아내인데, 30점대면 '문제 원인은 남편이라고 생각하는 아내'로 볼 수 있고, 총점이 30점 이하면 단지 무늬만 아내일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권씨는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