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더 뱅커 1000대 은행 순위 발표...기본자본 기준 공상∙건설∙중국∙농업은행∙JP모건順
부채축소 역풍에 미중 무역전쟁 겹쳐, 중국 증시⋅위안화 동반 급락 금융위기설 충격 우려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세계 은행 순위 1~4위를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잡지 더 뱅커(The Banker)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1000대 은행 2018년판에서 기본자본(Tier 1, 1급 핵심자본) 기준으로 1~4위를 중국의 공상∙건설∙중국∙농업은행이 차지한 것이다.

더 뱅커에 따르면 지난 2일 발표된 세계 1000대 은행 순위에서 공상과 건설은행은 1, 2위를 유지했고 중국은행은 한 단계, 농업은행은 2단계 상승해 처음으로 1~4위를 모두 중국계 은행들이 차지했다. 5위는 미국의 JP모건으로 2017년판 세계 1000대 은행 순위에서 5위권에 들었던 JP모건(3위)과 뱅크오브어메리카(BOA, 5위) 모두 순위가 밀렸다.

중국 금융산업을 주도하는 은행의 약진이지만 환호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당국의 부채축소(디레버리징) 정책 역풍이 거세지고 있는데다 미중 무역전쟁 우려까지 겹치면서 증시와 위안화가치가 동반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기설까지 퍼지고 있다. 금융위기는 중국 금융을 주도하는 은행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중국 은행들이 세계 1000대 은행 순위에서 기본자본 기준으로 1~4위를 처음으로 독식하는 약진을 보였다. 하지만 증시와 위안화 가치 동반 약세로 금융시장 불안이 고조되면서 은행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중국은행 샤먼 지점

♢중국 대형은행 자본∙자산∙이익, 3년 연속 세계 1위

공상은행은 6년 연속 기본자본 기준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늘어난 자본규모만 430억달러로 스탠다드차타드 또는 UBS의 기본자본 규모라고 더 뱅커는 전했다.

기본자본 상위 10위권에 속한 은행을 국가별로 보면 중국과 미국이 각각 4개, 영국 1개, 일본 1개로 작년과 같았다. 중국신문망은 중국 은행업의 기본자본 총액과 자산총액 그리고 세전 이익이 3년 연속 유로존 미국 등을 웃돌아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더 뱅커에 따르면 세계 1000대 은행에 진입한 중국은행들의 기본자본 규모는 전년 대비 20%(3370억달러) 늘어난 총 2조 570억달러로 미국(1조 4060억달러), 유로존(1조 3950억달러), 일본(6860억달러), 영국(4120억달러)를 모두 웃돌았다.

중국 은행들의 자산 총액도 29조 190억달러로 유로존(26조 1340억달러)과 미국(16조 550억달러)를 웃돌고, 중국 은행들의 세전 이익도 3220억달러로 유로존(1370억달러), 미국(2250억달러)보다 많았다.

2004년만해도 기본자본 기준 세계 1000대 은행에 진입한 중국계 은행은 16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26개로 급증했다. 1996년 전세계 순이익 상위 20개 은행중 중국계는 중국은행 한 곳으로 18억6000만달러의 순이익을 내 17위를 기록했다. 당시 1위 HSBC의 3분의 1수준이었다.하지만 이젠 세계 최고 수익 은행 5곳중 4곳을 중국계 은행이 차지했다. 중국계 은행의 순이익은 전세계 은행 순이익의 3분의 1수준에 달한다고 더 뱅커는 전했다.

♢중국 금융시장 불안...미중 무역전쟁, 금융전쟁으로 확전되나

기본자본 증가는 위기 대응 실탄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하지만 중국 증시가 올 1월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면서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하고 위안화가치도 11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밀리면서 금융위기설이 부각되고 있다.

3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약세로 출발했단 장초반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불안한 모습이다. 전날 상하이종합지수는 2.52% 급락한 2775.56으로 마감하며 2016년 3월 1일 이후 2년 4개월만의 최저수준으로 내려갔다.

위안화 가치는 3일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개장 초반 달러당 6.7위안을 뚫으면서 2017년 8월 8일 이후 최저치로 내려갔다. 역외 위안화 가치도 전날 9개월래 최저수준인 6.69위안까지 밀린데 이어 6.72위안으로 추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인 증권일보가 3일자 1면에 증시 급락은 비이성적 과도한 반응이라는 논평을 올리고, 경제일보도 미중 무역마찰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며 과도한 우려와 패닉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건 그만큼 중국 금융시장 불안이 심각함을 방증한다.

특히 중국 당국의 부채 축소 정책에 따라 은행들이 만기도래한 대출 연장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면서 기업들과 중소금융사의 자금난이 심화됐고 실물경제에도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인민은행이 5일부터 은행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한다고 지난달 24일 발표한 배경이다.

인민은행은 7000억위안(약 119조원)의 자금이 시중에 풀리게 된다며 은행들에게 부채출자전환 가속화와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주문했다. 둔화조짐을 보이는 중국 실물경제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악화될 경우 은행들의 손실로 직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은행이 화려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샴페인을 터뜨릴 분위기가 아닌 배경이다.

한편 세계 1000대 은행에 진입한 한국 은행들의 순이익이 81%(80억달러) 급증해 아시아에서 두드러진 성적을 냈다고 더 뱅커는 분석했다. 더 뱅커는 말레이시아나 덴마크의 전체 연간 순이익에 해당하는 규모라며 순이익 상승폭 기준으로 한국계 은행들이 세계 5위에 올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