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해파리공주' 작가님 아니세요?"

최근 일본 유명 만화가 히가시무라 아키코(43)가 네이버웹툰에 신작 '위장불륜' 연재를 시작하자 만화계가 들썩였다. 영화·TV 드라마로도 제작된 순정만화 '해파리공주'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고, 한·일 양국을 자주 오가며 케이팝 팬을 자처하는 작가답게, 신작은 서울로 여행을 떠난 일본 여성이 옆자리 한국 남성에게 얼떨결에 자신을 기혼자라고 잘못 소개하면서 벌어지는 로맨스를 다룬다. 일본에서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 조이(XOY)에 작년 12월부터 연재 중인 이 작품의 국내 연재를 결정한 네이버웹툰 측은 "외연 확장 차원에서 한국에서도 통할 재밌는 콘텐츠를 수급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현재 네이버에는 대만 아만(阿慢) 작가의 코믹 호러 웹툰 '백귀야행지'도 연재되고 있다.

웹툰‘위장불륜’(히가시무라 아키코·왼쪽)과‘기프티드’(가노우 아키라). 모두 일본 만화가가 현재 국내 연재 중인 작품이다.

웹툰 종주국 한국에 외국 웹툰의 침투가 잇따르고 있다. 그간 한국발(發) 수출 양상이 지배적이었으나, 외국에서도 점차 웹툰의 기반이 탄탄해지면서, 이제는 국내로 수입돼 웹툰 라인업을 다국적화하고 있는 것. 레진코믹스의 경우 이미 일본(300여 편), 중국(100여 편) 작품을 보유하고 있으나, 완결 만화를 수입해 내놓는 방식을 넘어 신인을 직접 발굴해 연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2014년부터 '세계만화 공모전'을 열어 일본·인도네시아·태국 등의 해외 작가 6명을 발굴했고, 가노우 아키라('기프티드'), 세리자와 유키코('야곡귀'), 사콘('프릭퀀시') 등 5명의 신작을 연재했다. 주로 로맨스나 판타지 장르로 국가적 색채가 강하지 않아 공감대가 수월한 작품이 대부분인데, 레진코믹스 측은 "단순히 시장에 있는 만화를 한국에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기획 단계에서 한국에서의 경쟁력을 고려해 제작한다"고 했다.

한국 스토리작가와 외국 그림작가를 짝지은 공동작업도 시도되고 있다. 최근 '한·일 웹툰 공모전'을 주최한 웹툰 제작사 스토리컴퍼니는 한·일 작가 세 팀의 신작을 우선 제작해 국내에서 올해 말쯤 연재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에서만 300여 명이 응모했는데, 출판만화 경력이 있는 작가가 80명 가까이 됐다. 이성욱 대표는 "여전히 출판만화 중심인 일본은 데뷔가 쉽지 않은 데다 이미 웹툰이라는 대세를 감지한 작가가 많아 유입은 더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영화배급사 쇼박스 측도 작품을 검토한 후 투자할 계획이다. 쇼박스 측은 "향후 영화·드라마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다만 번역이라는 2차 공정, 작품 외적인 잡음 차단은 과제다. 히가시무라 아키코의 연재가 시작되자 11년 전 독자 이벤트 당시 작가가 일본 욱일기를 그려넣은 포스터가 발견돼 논란이 됐다. 히가시무라는 "의도찮게 사용된 욱일기 디자인으로 불쾌함을 안겨드려 죄송하다"며 "앞으로는 한국을 좋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사과문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