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패션 열풍 타고 슬리퍼가 떴다
뒤축 없는 슬리퍼 형식의 구두도 인기

로고가 큼직하게 들어간 지방시 슬라이드. 이전 같으면 ‘아재 패션’이라 놀림 받았을 양말+슬리퍼 조합도 세련된 차림으로 선호된다.

“딸깍딸깍.” 올여름 멋쟁이 소리를 듣고 싶다면 슬리퍼를 끌어보자. 학교나 사무실에서 편하게 신던 슬리퍼가 패션 아이템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최근 신발 시장에는 ‘슬라이드(Slides)’라는 불리는 투박한 형태의 슬리퍼가 인기다. 발이 미끄러지듯 한 번에 들어간다고 해 이름 붙은 슬라이드는 편한 착용감과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슬리퍼의 인기는 길거리 패션의 유행과 맥을 같이 한다. 격식을 갖추지 않은 편안한 캐주얼 차림이 유행하면서, 신발도 티셔츠와 큼직한 바지에 어울리는 운동화와 슬리퍼를 더 많이 찾고 있다. 명품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해 쇼핑 검색 플랫폼 리스트(Lyst)가 뽑은 인기 상품 1위로 구찌의 꽃무늬 슬리퍼가 차지했다. 발렌시아가, 지방시, 펜디 등 명품 브랜드가 내놓은 슬리퍼가 불티나게 팔리고, 크록스와 버켄스탁 등 슬리퍼 브랜드도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주가가 높아졌다.

복고풍 열풍을 타고 로고가 크게 들어간 화려한 색상의 슬리퍼가 인기를 끈다.

특히 1990년대 복고 패션의 부활에 맞춰 화려한 색상과 큼직한 로고가 들어간 슬리퍼가 인기다. 휠라는 올해 슬리퍼의 스타일 수를 작년보다 3배 늘리고, 물량도 4배 가까이 늘렸다. 반응도 계절에 상관없이 꾸준하다. 지난 1월에 출시한 털 슬리퍼는 출시와 동시에 완판됐고, 3월에 내놓은 츄파춥스 협업 슬리퍼는 2달 만에 동났다. 김연진 휠라 홍보팀 과장은 “예전엔 집이나 직장, 학교에서 편히 신기 위해 슬리퍼를 찾았는데, 이젠 멋내기 용으로 슬리퍼를 찾는다. 슬리퍼가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정착한 것 같다”라고 했다.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못생긴 신발(어글리 슈즈) 열풍도 가세했다. 최근 나이키는 패니 팩(Fanny pack 허리에 매는 작은 가방)의 요소를 차용해 주머니가 달린 슬라이드를 내놔 화제를 모았다. 이전 같으면 ‘패션 테러리스트’, ‘아재 패션’이라 불렸을 양말에 슬리퍼를 신는 방식도 힙(멋진)한 스타일로 대접받는다.

슬리퍼의 인기는 구두의 유행에도 영향을 미쳤다. 뮬, 블로퍼 바부슈 등 뒤축이 없는 구두가 대세다.

구두도 슬리퍼 스타일이 대세다. 슬리퍼처럼 뒤축이 없는 로퍼인 ‘블로퍼(Bloafer)’, 뒤가 뚫린 여성용 구두 ‘뮬(Mule)’, 뒤축을 접어 신는 터키식 슬리퍼 ‘바부슈(Babouche)’ 등이 유행이다. 정장을 입는 직장인이라면 뒤축이 없는 구두로 유행을 즐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