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도 헷갈리는 한글 맞춤법, 한국어 배우는 외국인들에겐 어떨까요.

오누키(이하 오): 한국 사람들한테 제일 많이 들은 말이 "한국어 어렵죠?"였어요. 영어처럼 전혀 다른 말이면 모를까, 문법, 어순 비슷한데 왜 그럴까 궁금했어요. 한국 사람 스스로 한국어가 어렵다고 생각하나 보다 싶었죠.

김미리(이하 김): 한국 사람들도 헷갈리는 맞춤법 많으니 외국인들은 오죽할까 싶죠. 요즘 아이가 학교에서 받아쓰기 시험을 보는데 선생님 정답이 계속 틀려요. 띄어쓰기 규정이 복잡하니 이해는 되는데 고민이에요. 말씀드리자니 극성 엄마 같고, 가만있자니 애들이 잘못된 걸 계속 배우게 되고.

: 제 한국어 선생님은 '카톡' 메시지였어요. 친구들이 보낸 메시지를 하나씩 모아 프린트한 다음 사전으로 찾아봤어요. 살아있는 교과서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배신감이(웃음)…. 틀린 표기가 너무 많더라고요. 띄어쓰기를 아예 안 하는 사람도 있고요. 왜 한꺼번에 안 보내고 한두 문장으로 쪼개 보내는지도 궁금했어요.

: 카톡 메시지 길이 보면 세대를 알 수 있어요. 중·장년층은 카톡을 글로 생각하니 한 번에 할 말을 다 써서 보내는 경향이 있어요. 젊은 층은 글로 실시간 대화한다고 생각해요. 말할 때 한두 문장으로 주고받듯 글도 한두 문장으로 짧게 주고받죠. 이런 친구들은 상대가 한가득 써서 보낸 카톡 글 보면 가슴이 턱 막히는 거죠.

: 실시간으로 보내니 맞춤법에 덜 신경 쓰는 것 같아요.

: 신속성에 정확성까지 더해지면 좋겠지만, 빨리 보내는 게 더 중요하다 생각하니 오·탈자가 많아지는 듯해요. 맞춤법 확인할 겨를도 없이 손이 먼저 전송을 누를 때가 잦아요. 며칠 전 선배한테 문자 보내다 '선배' 쓴다는 걸 '헌배' 하고 보내버렸어요. 일전엔 '선배'를 '선비'라고 했어요(웃음).

: 오·탈자가 저 같은 외국인에겐 해석 불가능한 암호 같을 때가 있어요. 한국어 막 배웠을 때 아는 한국 친구가 자꾸 '…잇어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서 사전에서 '잇다'를 찾아봤어요. '연결하다'는 뜻인데 '말하고 잇어요' '웃고 잇어요'라고 쓰니 뭔 말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알고 보니 습관적으로 '있다'를 '잇다'로 쓰는 거였어요.

: 오·탈자가 반복되면서 틀리는 표기가 굳어져 버릴 때도 있어요.

: 요즘 한국 책을 읽는데 1980년대 초반 발간된 초판과 몇 해 전 나온 개정판 표기가 너무 달라 헷갈려요. '―읍니다' '―습니다'부터 해서 표기가 많이 바뀌었어요.

: 1988년 맞춤법 개정안 나왔을 때 생각이 나네요. 삭월세는 사글세로, 돐은 돌로…. 하루아침에 표기가 바뀌어 당황했죠.

: 일본에선 과거엔 틀리는 문법이었는데 근래 들어 허용하는 경우는 있어도 표기법 자체가 바뀐 적은 거의 없어요. 그래서 맞춤법 헷갈리는 한국 친구가 많은 걸까요? 제가 어느 표현이 맞는 건지 물어보면 한참 인터넷 뒤적이다가 고개 갸우뚱하면서 자신 없이 말하곤 해요. '둘 다 맞는 것 같은데?'

: 둘 다 맞을 때도 있고, 헷갈려서 얼버무린 걸 수도 있겠네요. 아직 해결 못 한 단어가 있다면요?

: '되요' '돼요', '뵈요' '봬요'예요. 5년간 한국에서 답을 못 구한 채 귀국하고 말았네요(웃음).

: 하하. 제가 카톡할 때 직업병 발동하는 대표적인 단어예요. 제대로 쓰는 사람이 거의 없거든요. 정답은 '돼요'와 '봬요'. '되다→되+어요→돼요'. '뵈다→뵈+어요→봬요'. '돼' 자가 글로 쓰면 영 어색하다는 친구도 있어요. '봬요'라고 보내면 상대방이 틀렸다고 생각할까 봐 '뵈어요'라고 쓰기도 해요.

: 그럼 '되요'는 틀리는 표현이네요?

: 네, 오누키상. '되요'라고 쓰면 안 돼요. 연습 많이 한 다음에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