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들이 생명에 중대한 영향은 없지만 사회 생활에 지장을 주는 질환을 대상으로 제품 영역을 넓히고 있다. 만성 두드러기, 아토피 피부염 등 증상이 심해도 마땅한 치료제가 없던 국내 의약품 시장에 신약 진출이 한창이다.

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사노피젠자임은 올해 아토피 피부염 신약 ‘듀피젠트’를 국내에 출시한다. 듀피젠트는 중등도의 성인 아토피 피부염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의약품으로 2018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허가를 받았다.

사노피젠자임 아토피피부염치료제 ‘듀피젠트’(왼쪽), 노바티스 만성두드러기치료제 ‘졸레어’.

아토피 피부염은 체내 면역계의 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만성 피부 질환으로 과도하게 활성화된 면역계가 염증반응물질을 피부 표면에 전달해 염증을 일으킨다. 단순 피부질환이라는 인식과 달리 극심한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일본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의하면 15~49세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 10명 중 2명은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으며, 경증 중등도 환자에 비해 크게 3배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을 처방받고 있지만, 일시적인 증상 완화에만 그쳐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듀피젠트는 피부 기저부위 염증까지 치료하는 효과를 갖는다.

듀피젠트는 단독투여 3상 임상시험 ‘SOLO’에서 16주 투약 시 아토피 피부염 발생 부위와 증상정도를 줄였다. 연구 결과 75% 이상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개선된 환자는 약 2명 중 1명 꼴로 나타났다.

아토피 피부염 못지않게 사회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만성 두드러기 증상을 치료하는 치료제도 나왔다. 노바티스의 ‘졸레어’는 2017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환자의 증상 조절을 위한 치료제로 새롭게 승인받았다.

만성 두드러기는 일반 두드러기에서도 나타나는 피부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과 붉은 반점이 6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평균적인 유병기간은 1~5년 사이로 대부분의 환자가 장기간 가려움증과 피부 미관상의 문제로 수면장애, 우울증, 무기력함을 호소한다.

실제 예영민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가 직업이 있는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환자 329명을 대상으로 질환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을 측정한 결과, 72명(21.9%)은 두드러기로 인해 일주일 중 최소 1시간이상 업무를 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이 중 27명(37.5%)은 하루 이상 직장을 결근하기도 했다.

졸레어는 기존 치료제인 항히스타민제 투약으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만성특발성 두드러기 환자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졸레어 임상3상 ‘ASTERIA 1’에서는 치료 12주차에 만성 두드러기 개선 정도에 따라 삶의 질도 함께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바티스 관계자는 “그동안 암 등 생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질병에 비해 피부나 면역과 관련된 질환 분야가 사각지대로 남아있었다”면서 “신체적 고통 뿐 아니라 질병이 야기하는 환자들의 삶의 질 저하를 개선하기 위한 변화가 국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